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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짧지만 강렬한 로맨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강렬한 사랑을 기록한 영화다. 18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동성애, 신분을 초월한 우정, 낙태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온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두 여인의 사랑은 금기의 벽을 허물어버릴 만큼 강렬하다. 이들의 타오르는 사랑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냈다.



화가 '마리안느'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원치 않는 결혼에 대한 불만으로 초상화 모델이 되기를 거부한다.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해내기 위해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마리안느를 산책친구로 위장 소개한다. 마리안느는 초상화를 완성하기 위해 틈틈이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싹튼다.



두 여인의 사랑이 허락된 기간은 고작 6일이다.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이어지는 로맨스는 영화의 제목이자,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담은 작품명처럼 활활 타오른다. 이보다 더 강렬한 퀴어영화가 있었던가.


한편, 이 짧은 기간 동안 동성애 외의 금기들도 활활 타올라 한 줌의 재가 된다. 귀족 엘로이즈, 평민 마리안느, 하녀 소피 모두는 평등한 친구가 된다. 하물며, 소피가 고상하게 십자수를 하는 동안 엘로이즈가 요리를 준비한다. 이들은 서로의 문제 해결을 돕고 눈감아주며 진정한 여성 연대를 형성한다.


이 영화의 명대사는 마리안느의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다. 사랑하는 이를 마음 속에 새긴 채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분명 마음 아프다. 이들의 사랑은 수많은 미련과 후회를 남길지언정 서로의 가슴에 평생 아로새겨질 것이다. 이들이 서로의 그림을 간직한 것은 서약의 증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예술의 향연이다. 압도적인 영상미는 물론, 한정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를 다룬 만큼 '숨 죽이고 보게 만드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제72회 칸영화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 2관왕을 거머쥐어 작품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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