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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키> 리뷰,
먹먹함 그 이상의 아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영화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의 주인공 '리키'가 아내에게 뱉은 말이다.


영화는 금융위기로 다니던 직장이 파산한 후 3D 업종을 전전하다 택배기사 일을 시작하게 된 리키의 일상을 다룬다. 자영업자 자격이 주어졌지만 상당 시간을 업무에 시달리고, 온갖 사람들과 대면하면서 갖은 수모를 겪는 리키. 밥 먹을 시간은 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모자란 실정이다.



리키의 삶은 한 순간도 평탄하지 않다. 택배회사는 리키를 통제하고 괴롭히며, 사고뭉치 아들 '셉' 때문에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회사는 리키에게 과한 짐을 준다. 이동수단인 밴(van)을 구매하느라 아내의 차를 팔았고 가족과 식사 한 끼 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을 앗아갔다. 사정이 생기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취급되는가 하면 하루 당 100파운드의 벌금을 내고 대체기사를 고용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상황은 업무 중 사고를 당해 병원을 찾은 리키에게 회사 관리자가 갚아야 할 벌금 리스트를 늘어놓는 모습이다.



이렇듯 <미안해요, 리키>는 비인간적이고 모순 가득한 현실을 꼬집는다. 자영업자로 둔갑된 기형적인 택배기사의 삶을 지켜보는 것은 먹먹함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 정도다.


비인간적인 현실은 리키의 아내 '애비'의 직무에서도 드러난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는 애비는 하루에 몇 명을 돌보는지에 따라 건 별로 수당을 받는다. 고객과의 감정적인 교류는 금지돼 있다는 회사의 원칙은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비인간적인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들에게 생채기가 가중된다는 점이다. 리키와 애비의 현실은, 애비가 돌보는 요양 대상자들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끼니도 못 챙기며 밤낮 없이 일을 해도 욕 먹기 일쑤이고, 육신이 망가져도 생계를 위해 새벽부터 일을 나가야 하는 리키 부부의 삶을 보살펴주는 이는 그 어디에도 없다.


리키 가족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어간다. 마찰의 횟수는 잦아지고 빚은 불어났다. 악몽의 연속이다. "난 악몽을 꿔. 젖은 모래 속에 빠졌는데 애들이 우릴 꺼내려고 해. 근데 우리가 애를 쓰고 발버둥칠수록 커다란 구덩이로 점점 더 빨려 들어가. 이런 꿈을 늘 꿔."(애비)


<미안해요, 리키>가 보여주는 택배기사들의 삶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육체적 힘듦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안아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그들의 삶은 상상만으로도 버겁다. 리키의 일상을 통해 다시금 택배기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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