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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재미있는 남극요리인> 리뷰

극한을 살아가게 하는 힘

남극 먹방 보러 갈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역시 '든든한 식사'가 아닐까. 사실, 먹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앞서 우리가 목숨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당연히 먹어야 한다.


먹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는지에 따라 건강 상태, 즉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식문화에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일본 드라마 <재미있는 남극요리인> 속 인물들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함으로써 관계를 다져나간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일곱 명의 인물들은 다양한 요리들을 통해 정을 쌓고 추억을 되새긴다. 일곱 대원들은 해발 3,810m의 고지대에 위치한 '돔 후지 기지'에서 평균 기온 영화 54℃의 혹한을 견디며 일 년 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생물은 고사하고 바이러스조차 존재할 수 없는 대지에서 그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밥심'이다.



작중에서 보여지는 대원들은 남극에 '먹으러 온 듯' 보인다. 직무보다 먹고 시시콜콜한 농담과 다소 이상한 행위를 하는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극한을 살아가게 만드는 요소'들에 집중한다.


일곱 명의 대원들에게는 저마다의 개인사가 있다. 대장은 남극에 오기 직전 딸과 다퉜고, 주임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남겨둔 채 이곳에 왔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온 아르바이트 청년은 단 한 번도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럼에도 대원들은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식량과 연료가 떨어지고 일 진행에 있어 마찰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리사인 대장은 매 달 이벤트를 만들어 대원들에게 특별한 요리 선물을 한다. 매 달 생일을 맞은 대원들에게 그들이 먹고 싶어하는 특별식을 만들어주고 밸런타인, 화이트데이에는 초콜릿을 만들어 서로에게 마음을 전한다. 물론, 크리스마스 파티도 진행한다.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총액 30만 엔에 달하는 대게 케이크다.



대장은 요리의 몇 가지 팁도 전수한다. 한 번 냉동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달걀 노른자의 특성을 살린 냉동 달걀 오니기리(30분 동안 간장에 절인 냉동 달걀의 노른자를 밥에 넣어 만든다), 인스턴트 라면을 생면으로 바꾸거나 파스타면을 라면으로 바꿔주는 식용 중탄산나트륨의 기적 등이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실제 남극관측 대원으로 요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동명 에세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009년에는 <남극의 쉐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따스하고 엉뚱한 감성을 갖춘 이 드라마가 당신에게 힐링 한 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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