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도발적이고 혁명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할 <피델리티>가 4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자극적인 단어와 상상을 유발케 만드는 시놉시스의 카피에서부터 영화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
섹스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어. 가능한 것보다는 금지된 것에 더 흥분하니까.
이 영화는 작은 혁명이다
<피델리티>는 여성의 시각에서 성적 금기를 깨부순 혁명적인 영화다. 여성의 시선으로 성 문제를 대담하고 솔직하게 담아내어 러시아 사회와 영화계에 수많은 논란과 호평을 불러 일으킨 화제작으로, 부부관계를 멀리하는 나편에게 서운함을 느낀 여성이 낯선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러시아 대표 영화제 및 비평가 협회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피델리티>. "올해 러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도발적인 작품"(Russia Beyond), "욕망의 복잡한 본질을 탐구하는 용감한 시도"(Filmuforia), "스티븐 맥퀸 감독 <셰임>의 러시안 여성 버전"(Variety) 등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성 문제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러시아 영화계에서 <피델리티>가 등장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위기를 맞은 부부의 연약한 속내와 여성의 부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이 영화의 연출자는 1985년생 밀레니얼 여성감독 니기나 사이풀라에바다. 그녀는 다수의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후 데뷔작 <내 이름을 불러줘>(2014)를 연출했으며, 이번 영화는 그녀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한편, 이 영화는 주인공인 미모의 여의사 '레나' 역을 맡은 에브게니야 그로모바의 파격적인 전라노출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TV와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에브게니야 그로모바는 <피델리티>에서 지성미와 섹시미를 동시에 발산할 예정이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과감한 정사씬으로 러시아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했으니, 연기력을 믿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파격적인 비주얼
영화의 파격적인 스토리는 1차 포스터에서부터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차가운 네이비 컬러를 배경에 두고 상의를 벗고 있는 '레나'의 파격적인 누드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흰 속살이 돋보이는 관능적인 보디라인에 가슴 위로 아찔하게 새겨진 타이포그래피가 더해져 에로틱한 무드를 극대화시킨다. "발가벗은 욕망, 금지된 것을 탐닉하다"라는 강렬한 카피 역시 <피델리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한편 공개된 스틸컷 역시 관능적인 미장센을 자랑한다. 동료와 환자들로부터는 존경받지만 남편에게는 버림 받은 듯하여 온 몸에 외로움을 휘감고 살아가는 인물 '레나'. 그녀의 이지적인 모습과 여자로서 욕망을 갈구하는 관능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스틸컷들은 영화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욕망
<피델리티>는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중심의 욕망 탐구작이다. 감독 니기나 사이풀라에바는 "여성이 부정을 저지르는 현상을 탐구하고 그 동기를 이해하고 싶었다"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 "나는 내 여주인공을 위해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행동은 부도덕하고 파트너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그녀에게 형벌을 선고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고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피델리티>는 금기를 깨부순 욕망을 여성의 시선에서 이야기한 영화다. 작품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비단 스크린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쯤 욕망해봤을, 하지만 사회적 시선이나 금기 때문에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인, 남편이 있지만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이 영화에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 기대 중인 4월 개봉작들 중 하나로, 4월 15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