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행복한 하루였다

어린이날. 나의(어른을 위한) 날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침부터 아쉬움이 가득한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가고자 했던 종묘의 휴궁(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한)과 갑작스러운 우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나갔다. 목적지를 창경궁으로 정하고 우산을 챙겼다.


아쉬운 선택이었지만 산책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흐리긴 했으나 비도 내리지 않아 (예상보다는)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유난히 입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인 날. 나와 친구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소재로 열렬한 대화를 나눴고 막다른 길을 걸으며 흐린 날씨를 우리만의 즐거운 기운으로 대체시켰다.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카페(광화문 fourb)에 갔는데 웬걸. 심하게 흔들리는 테이블 때문에 친구가 차를 쏟아버렸다(확실히 일진이 사나운 날이긴 했던 듯). 자리를 옮긴 후,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을 (용의주도한 자세로)관찰했다. 내가 "몰래카메라 같다"고 말하니 친구는 빵 터졌다.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귀가를 위해 나온 시각은 여섯시 경. 길어진 해와 늦은 오후께부터 풀린 날씨 덕에 좋은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내리쬔 석양빛이 행복지수를 더 높여주었다.


오늘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이 시각. 하루를 돌아보니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다. 잠깐의 아쉬움을 덮어준 수많은 즐거운 시간들이 있었다. 오늘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특별할 일 없을 내일도 특별할거리를 만들어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늘, 항상, 그러고 싶다.


2020년 어린이날. 어른이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