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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심리학>,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라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올바른 삶, 괜찮은 삶을 말할 때 흔히 사용되는 단어다, 사전에서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고 정리돼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체성은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과 사물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단어다. 애써 만들어가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독립적인 존재이니까.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 사전적 의미보다 더 깊은 뜻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정체성의 심리학>의 저자 박선웅 교수는 정체성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리는 정도(22쪽)'라고 말한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정체성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체성은 '나는 여자다' '나는 서른 살이다'와 같은 자기개념(자기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추론)과는 다르다. 책에 따르면 정체성은 자기개념과 달리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고 조화와 일관성이 있으며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포함한다. 더불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다.

따라서 정체성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정체성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하고 자존감이 높으며 우울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대처한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저자는 정체성을 찾는 것이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자신에게 딱 맞는 편안한 옷을 입는 찾아입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정체성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 사랑, 시련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정체성이 잘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자신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이고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둘째,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상당 부분 내렸다. 셋째, 삶에 대한 지침,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정체성의 심리학>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진짜 정체성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나의 인생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 내가 나의 파편화된 단면들을 조화로운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로 표현된 개인의 정체성을 심리학에서는 서사정체성이라 부른다. 자신에게 중요한 인생 이야기들이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 즉 정체성 그 자체이다.' (47쪽)

정체성이 잘 형성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의 특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두움과 유쾌한 모습(모습되는 측면)들을 하나로 엮어주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두 가지 상반된 삶의 원칙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은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서 굳건히 서서 양손으로 상반된 원칙을 붙잡고 균형을 잡고 있을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그 균형점이 어디인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다.' (87쪽)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위인전을 좋아하는 이유도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꿈'을 향해 어려운 환경과 상황을 '극복'하고 끝내 '성공'을 맛본 인물들의 이야기. 그들의 공통점은 책에서 말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튼튼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많은 노력 끝에 극복했다는 이야기. 어떤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좋은 교훈을 얻었다는 이야기. 이러이러한 아픔이 있었지만 저리저리한 기쁨도 있었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자신 안에서 의미로 맺힐 때 자신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난다.' (153쪽)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욕망은 즉 '정체성(이야기)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체성이 있는 사람의 삶이야말로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심리학>은 정체성의 정의부터 좋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들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성인 모색기에 있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책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알아야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듯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잘 엮어낼 수 있어야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고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 57쪽

우리는 꿈꾸는 법을 잘못 배우고 잘못 가르쳐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 것이냐고 묻는다. 어떤 명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어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삶은 명사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13쪽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부모로부터 미래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점이다. (중략) 내가 더 주목하고 싶은 차이는 바로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책을 통해 자신만 이런 시련을 겪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고, 나아가 비슷한 시련을 겪었던 주인공이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갖게 되었다. 130쪽

이창동의 영화 <버닝>에서 해미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두 가지 종류의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라하리 사막에서는 부시맨에게는 두 가지 굶주림이 있는데 리틀 헝거(little hunger)는 육체적으로 배가 고픈 것이고,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는 삶의 의미에 굶주려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부시맨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작가이자 영국 찰스 왕세자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했던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가 전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포스트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깊고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방법은 의미 없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134쪽

튼튼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많은 노력 끝에 극복했다는 이야기. 어떤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좋은 교훈을 얻었다는 이야기. 이러이러한 아픔이 있었지만 저리저리한 기쁨도 있었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자신 안에서 의미로 맺힐 때 자신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난다. 153쪽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오염 구조로 말하는지, 구원 구조로 말하는지는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략) 구원 구조로 짜인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고 우울감은 낮았다. 반대로, 오염 구조로 짜인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은 높았다. 186~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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