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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혼자 있는 시간의 힘(실천편)>

고독을 잘 즐겨야, 함께일 때 더 행복할 수 있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엄연히 다르다. 두 개념 모두 혼자 있는 시간에 느끼는 감정이지만, 외로움(loneliness)은 홀로인 시간이 고통스러워 견디기 어려운 감정인 반면, 고독(solitude)은 혼자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투자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독을 힘겨워한다. 인간의 특성 상 공동체 생활은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혼자의 시간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홀로와 함께의 생활의 양립이 인간생활의 행태다. 누군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혼자의 시간과 마주할 때, 어떠한 방법으로 그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야 할지 몰라 '외로움'에 젖어 있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실천편)>을 주목하길 바란다.





지난 여름, 동명의 책<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은 바 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왔던 책인데, 저자는 일본인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작품은, 고독에 대한 개념과 그것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고충을 정리해냈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기고백서와 같은 책에서는, 고독을 즐기는 방법으로 '독서'가 제시됐다. 다양한 고독 즐기기 방법들이 소개되지만, 독서는 거듭 강조된다. 사이토 다카시는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을 만큼, 독서의 힘을 역설해 온 작가다. 거기에 '글쓰기'와 시 낭송, 소리내어 노래 불러보기 등 다양한 고독 즐기기 방법이 제시된다.


신간<혼자 있는 시간의 힘(실천편)>은, 한상복 작가가 펴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실천편'에 걸맞은 다양한 '고독 즐기기' 방법이 제시돼 있는데, 이 책에서도 '독서'가 강조돼 있다. '책은 혼자 지내는 시간의 시험 무대다. 혼자 있는 시간을 여는 첫 관문의 열쇠가 바로 책이다. 온라인 활동은 나의 외연을 넓혀주지만 책은 나의 내면을 깊게 해준다(p. 77).'


저자는 마이너스적 외로움을 플러스적 고독으로 바꿀 수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 뿐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의 시간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그런 일은 '평생 함께 할 친구'와 같다고 표현한다.


책에서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실행법과 동시에 고독의 다양한 긍정성도 설명돼 있다. 우리 모두는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실제로도 남들과 엄격히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불행은 대부분 남을 의식하는 데서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자기 능력에 과분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모두 처분한다면 훨씬 자유롭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와 스티브 잡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남의 눈을 의식하는 대신 다른 더 많은 것들을 해내기로 결심한 것인지 모른다. 이들처럼 '내 것이 아닌 것'을 과감하게 포기할 때 '나만의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 스스로의 기준과 방법이 확실하다면 거기에서부터 자신감이 키워진다(p. 27).' 그렇다. 세계적인 명예를 얻은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히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했다.


'다름이란 고독한 혼자만의 시간에 다른 좌표를 찍어나간, 일종의 '시간 모음'이다. 다름은 남들과 같은 시간을 통해서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p. 35).' 고독의 시간을 잘 활용해낸 이들만이 '다름'을 맛볼 수 있는 법이다. '탁월한 성과물을 내놓는 사람은 남들이 보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에 꾸준히 만들고, 고치고, 완성해간다(p. 55).'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앓고 있는 독자들을 위로한다. 나의 경우에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옳은 길이 아니었다. 굳이 많은 사람들과 만날 필요가 없으며, 타인들 모두에게 칭찬을 받아야 할(불가능하기도 하고) 의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아는 일을 내가 전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p. 63).'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는 절대 알 수 없으며, 그들의 내면은 더더욱 알 리 없다. 내가 같은 언행을 한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타인 모두가 나를 동일한 시선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진리다. 그들에게 나에 대한 견해를 '절대' 강요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 부합하는 나를 만들어나가는 '시간 낭비'를 해왔다면,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게 어떨까. 물론, 모두에게 비난 받는 사람이 되면 곤란하다.


한편, 고독은 건강한 관계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러니컬하게 읽혀질 수 있으나, 이 점에 대해서도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만의 시간이 중요하듯, 타인의 시간도 중요하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관계가 가깝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공유한다고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다(p. 41).' 건강한 관계가 시간과 비례한다면, 굳이 새로운 만남을 거듭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개인의 시간과 성향을 존중해주는 방향이 건강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고독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 저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한 것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독서'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때로는 한눈도 팔아도, 훑어만 봐도 좋다고 위로한다. 위대한 철학자, 몽테뉴도 '나는 이 책을 대충 훑어보다가 저 책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순서나 계획 없이 여기저기 토막토막 단편적으로 읽는다.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그걸 놓고 고민하지 않고 그냥 건너뛰어 버린다'고 말한 바 있다.


독서가 힘들다면, 취미가 될 만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환경들을 강제로 만들어 볼 것도 제안된다. '자발적 강제 시스템'과 '그 자리에 머물기' 등이 그것이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면 수영장에, 독서를 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으로 향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떠한 활동을 하기에 적절한 시간으로는 정신이 멀쩡한 아침 시간대가 추천된다.


너무 많은 활동과 생각들이 있다면, 혼자의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고독이 안겨주는 궁극적인 장점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일상을 단순화하는 노력, 즉 미니멀리즘은 정해진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준다(p. 34).' 비워야 채워지는 법. 이 의견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현인들과 작가들이 강조해 왔다. 워렌 버핏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머릿 속 비우기'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책을 들춰보면, 이보다 더 많은 고독을 즐기는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구체적이고 때로는 발칙하기도 한 방법들도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소개된 방법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솔직한, 그래서 위로가 되는 고독을 위한 방법들이 나열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실천편)>이다.


결국, 책이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이것이다. 소개된 방법들을 활용해 고독의 시간을 현명하게 즐긴다면,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은 홀로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와 함께 가는 길이기도 하다. 함께일 때 더욱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p. 206)' 책의 마지막은 에리히 프롬의 격언으로 마무리된다. 



미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필요해서)사랑해."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그래서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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