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궁금해왔던 영화 <테넷>을 프리미어 시사회를 통해 4DX로 관람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테넷>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세계를 탄생시켰다. '창조주'라 부르고 싶을 만큼 신박한 세계와 그에 걸맞은 세계관을 탄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의 능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스스로도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밝혔던 자부심이 입증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테넷>은 핵전쟁보다 섬뜩한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현재(미래 시점에서의 과거)를 바꾸려는 인물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시간을 거스르는 기술인 '인버전(inversion)'을 통해 과거, 현재, 미레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을 펼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두 세력은 각자 살아가는 세계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이용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해나간다. 순행과 역행의 시간이 맞물리고 얽히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영화다.
기존에 없던 시간의 흐름과 환경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전개는 물론, 과거와 미래인의 충돌과 협업이라는 것도 신선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예비 관객들의 예상처럼 <테넷>은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생경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낯선 사건과 전개는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늘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신선함을 기대하고 감독은 늘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마치 갓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의 시선처럼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장면들 다분하다.
한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휴머니티도 등장한다. 인류의 미래와 생존의 가치에 대한 사색거리도 갖추고 있다.
<테넷>은 근거 있는 독창성과 현란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지적인 오락영화다. <인터스텔라>에서 함께했던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참여해 과학적인 근거를 갖췄다. CG 사용을 지양하는 감독의 작업 성향에 따라 날 것의 액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괄목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액션 장면들이 작위적이지 않고 유연하다.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인만큼 4DX 효과가 몰입감을 높였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보잉 747 비행기와 격납고 폭발 장면에서는 4DX의 정교한 진동 효과가 발휘돼 현장에 있는 듯한 강렬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외 카체이싱, 선박 액션 등 육해공을 넘나드는 액션이 4DX의 라이딩, 안개, 바람, 열풍 등의 효과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그 외 발사된 총알이 다시 총구로 들어가거나 전복된 차량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도로를 달리는 등 인버전이 발생할 때마다 작동하는 시그니처 진동 효과와 모션 체어의 진가가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발한 상상력과 액션 노하우가 어우러진 <테넷>. 답답한 생활 때문에 힘든 위드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