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전시를 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조우>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전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영화를 통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예술가를 처음 알게 된 나는 단번에 그녀에게 매료됐다. 40년 간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온 그녀는 온몸을 내던지며 예술 활동을 해왔다. 불구덩이에 몸을 내던지고 칼로 몸에 흠집을 내는 등 가학적으로 보이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본능과 세계관을 표현해온 그녀.
이 외에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1970년대 초부터 도전적인 작품을 발표해왔다. 나체를 보여주는 것은 예삿일이고, 정신분열증 환자가 처방받는 약을 먹으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변화를 가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행위는 대중으로부터 비난받기 충분했다. 혹자는 '정신병원에 가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위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범한 예술가들의 행위를 신기하게 보는 대중들은 많지만 온전히 받아들이는 이들은 터무니없이 적을 것이다. 이 가운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행위예술을 전시장에 선보이며 대중들로 하여금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2010년 3월,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브라모비치의 회고전이 열렸다. 30여 명의 젊은 무용가들이 참여해 과거 그녀의 작품을 재현한 전시다. 관람객은 나체의 두 남녀가 마주선 사이를 지나가야 했고 벌거벗은 채 공중에 떠 있는 오브제(무용가)를 지켜봐야 했다. 이 가운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관객(세계)과 감동적인 소통을 하고 있었다.
전시명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간(총 736시간)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관람객 1명씩 마주보는 전시다. 개장부터 폐장까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한 자리에 앉아 관람객을 맞이한다. 산 혹은 신과 같은 그녀의 신성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녀를 마주한 관람객은 눈물을 흘리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아무런 말없이 관람객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관람객 중에는 12년 간 연인이자 (예술)파트너였던 울라이도 있었다. 1976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88년 이별할 때까지 함께 작품활동을 했다. 예술을 향한 열정이 남달랐던 둘은 운명이었다. 생일이 같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이들의 마지막 작품은 황해에서 출발해 2,500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 만리장성에서 헤어짐을 선언한 '연인들(The lovers)'였다.
전시에서 만난 둘은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 눈물을 머금었다. 아브라모비치가 손을 뻗어 내밀었고 울라이는 그 손을 맞잡았다. 관람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 장면을 보는 나 역시 눈물이 흘렀다. 감격의, 감동의 만남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전시를 통해 아브라모비치가 마주한 관람객은 1,000여 명에 달한다. 행위예술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에 있다고 밝힌 아브라모비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원했다. 아브라모비치를 마주한 관람객들은 자신이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거울을 마주한 듯 공감의 눈빛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시청은 왓챠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