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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워 바디>,
아프고 먹먹하다

<아워 바디>. 내게는 아프고 먹먹한 영화였다. 청춘의 고민을 통해 인간의 숙명을 말하는 작품이라 그런지 공감 요소가 많았다.


주인공 '자영'(최희서)은 8년 간 행정고시 준비를 해왔다. 대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 경험 없이 한 길만 걸어왔지만 시험에 미끄러지기만 했다. 남들 보기엔 허송세월만 보내온 자영은 어느덧 서른 한살이 됐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구박과 동정을 받는 자영. 무엇보다 슬픈 점은 스스로를 놓은 것이다. 젊음과 몸매, 활력을 잃은 그녀는 우연히 밤거리를 달리는 '현주'(안지혜)를 발견한다. 이후 홀린듯 현주를 따라 달리기를 시작한다. 달리기는 자영의 삶을 바꿔놓는다. 활력을 되찾고 살도 빠진다. 무엇보다 가까운 동네친구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축복이다.



몸은 정직하다. 자영이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을 시작하면서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기는 과정은 정직한 몸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8년 간 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지만 참담한 결과만 낳은 고시 준비와는 확연히 다르다.

일과 운동을 병행하며 건강한 일상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자영. 하지만 인생살이는 녹록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에 휩싸여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아워 바디>를 청춘을 향한 위로작이라 보는 이들이 많지만 나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너무 솔직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취업과 꿈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은 청춘의 삶을 보여주는 것, 마음의 위안 대신 몸으로 자타를 위로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감상자들도 있을 것.


엔딩 장면이 가장 아팠다. 꿈꿔왔던 로망을 홀로 실현하는 자영의 모습은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외로운 숙명을 보여주기에 슬펐다. 내 마음과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자위하고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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