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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혜석의 말>,
자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이 있었다


<나혜석의 말>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이상적 부인>. <모(母)된 감상기>. <이혼 고백서>, <영미 부인 참정권 운동자 회견기> 등 14편을 실은 것으로 자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시대 상황을 거스르고 주체성을 내세우며 인형이기를 거부한 나혜석. 깨어있는 사고를 지닌 그녀는 '신여성'으로 불렸지만 그만큼 감내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여성 문제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마인드를 다지고 싶은 여성에게는 "여자도 사람이외다"라고 외친 나혜석의 글들이 도움될 것이다. 자신을 객관화해 반성하고 앞날을 다짐하는 자세가 일품이다.



[책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싹으로 비로소 이 근본 힘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이에 누구보다 먼저 여자 자신이 자기 일신이 땅 위에 있는 것을 자각해야 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에 과로한 것을 가히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계획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동시에 남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p. 96


다 운명이다. 우리에게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있다. 그러나 그 운명은 순순히 따르면 따를수록 점점 더 심하게 닥쳐오는 것이다. 강하게 대하면 의외로 힘없이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 p. 223


사람의 행복은 부를 얻은 때도 아니요, 이름을 얻은 때도 아니요, 어떤 일에 일념이 되었을 때이다. 일념이 된 순간에 사람은 깨끗이 씻은 듯한 행복을 깨닫습니다. 즉 예술적 기분을 깨닫는 때외다.

인생은 고통 그것일는지 모릅니다. 고통은 인생의 사실이외다. 인생의 운명은 고통이외다. 일생을 두고 고통스러운 병을 깊이 맛보는 데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고통을 명확히 사람에게 알리는 데 있습니다. 평범한 이는 고통의 지배를 받고 천재는 죽음을 가지고 고통을 이겨 내어 영광과 권위를 취해 낼 만한 살 방침을 차립니다. 이는 고통과 쾌락 이상 자기에게 사명이 있는 까닭이외다. 그리하여 최후는 고통 이상의 것을 만들고 맙니다.

- p. 191


사람에게는 반드시 마음이 안착될 만한 사랑의 상대자가 필요하나니 아무리 마음을 붙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인간의 상대자를 요구한다. 이 상대자를 구하지 못한 독신자는 늘 허순허순하고 허청허청해 마치 황무지에 선 전신주와 같이 강풍에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게 된다. - p.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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