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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후기

이 영화의 주제는 영어가 아니다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반전과 쾌감을 갖춘 영화다.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입사 8년차의 고졸 출신 말단 여직원들의 '대리되기' 프로젝트에 그칠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강단 있는 여성들의 짜릿한 승리를 담은, 그야말로 '반전 영화'였다.


영화는 대리 승진을 위해 토익 600점 달성을 목표로 토익반 수업을 듣는 세 동료의 자기소개로부터 시작한다. '이자영(고아성)'은 삼진전자 생산관리3부의 사원으로, 대졸 남성 대리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보고서도 잘 쓰지만 현실은 커피 타기와 잡일만 맡는다. '정유나(이솜)'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마케팅팀에 적합한 인물이다. 회계부 사원 '심보람(박혜수)'은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의 수학 전재이지만, 현실은 가짜 영수증 처리와 회계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업무를 맡고 있다. 팍팍한 현실이지만 저마다의 야망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근 중이던 자영이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사건을 목격한다. 이후 동료들은 힘을 모아 삼진그룹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비범성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의 시대적 배경과 여성 중심의 주인공, 토익이라는 소재로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페놀 방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90년대 실재했던 사건을 재구성해 시대와 세력의 부조리를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빛을 안겨준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배우 3인이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는 평범한 듯 특별한 마력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레트로 비주얼을 이질감 없이 소화해낸 주연들은 뉴트로 열풍을 이끄는 젊은층의 감성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편, 세 동료의 연대는 힘든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겉보기에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들이 모인 직장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작중 유나가 강조하는 '스스로를 사랑하라(Love myself)'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직장 내 성별과 계급 간의 갈등, 사회적 부조리를 엮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볼거리와 메시지를 두루 갖춘 영화로, 오랜 기간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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