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오랜만에 만나는 기묘한 범죄 영화

슬픔과 유머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영화 <소리도 없이>. 사체를 처리하는 두 남자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단골 범죄조직 실장의 부탁으로 갑작스럽게 열한 살 여자아이 '초희(문승아)'를 떠맡는다. 그러나 하루만 맡아달라던 실장이 다음날 시체로 나타나면서 태인과 창복은 졸지에 유괴범 신세가 된다.

태인과 창복은 누구보다 성실한 '청소부'다.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고 주어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둘. 특히 어린 동생과 살아가는 태인은 (제목처럼)말을 안하기도 하지만 생계를 위해 군말(불평)없이 제 역할을 수행해가는 인물이다.

초희는 몸값을 받기 위해 납치된 아이였다. 생애 처음 유괴 공범이 된 두 사람은 상황이 절박해지자 직접 몸값을 받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하늘은 죄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소리도 없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의지하는 따뜻한 정서를 지닌 동시에 결국 현실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냉혹한 삶을 그려낸다. 이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의리 있는 태인이 본의 아니게 범죄자가 되고, 신앙심 깊은 창복이 변을 당하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비주얼도 '모순적인 서사'에 힘을 더한다. 고단함의 연속인 태인이 살아가는 풍경은 동화 속 장면 만큼이나 아름답다. 총천연색이 펼쳐진 미장센은 감동 이상의 감격을 선사한다. 관객이 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정작 그 속에 살아가는 태인은 즐길 여력이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불친절하다. 태인과 창복의 인연, 태인이 침묵하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결말도 열려있다. 그래서인지 여운이 오래 간다.

<소리도 없이>의 가장 큰 매력은 피땀 흘리며 분투하는 인물들과는 달리 그들을 관조하는 이들은 키득거리게 되는 아이러니에 있다. 전형적인 범죄물의 서사를 빗겨간 기묘한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말 한 마디 없이 관객을 웃기고 감동시키는 유아인의 연기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