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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봉 영화 '걸후드' 리뷰

세대와 인종을 초월한 여성들의 이야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신드롬을 일으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영화 세 편의 대미를 장식한 영화 <걸후드>가 오는 11월 12일 개봉한다.


영화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오빠,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학교 등 어디에서나 약자였던 16세 흑인 청소년 '마리엠'이 세 친구를 만난 후 자신을 찾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 친구는 마리엠의 잠재성을 밖으로 꺼내는 데 힘을 보탠다. 피보다 진한 이들의 우정은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된다.



<걸후드>는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챕터별 구성과 명료하고 촘촘한 서사는 '마리엠'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말미에 이르면 챕터마다 흩어진 온갖 경험들이 결국 성장이라는 하나의 큰 원으로 점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OST는 세대와 인종을 초월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강렬한 역할을 한다. 특히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네 소녀가 '다이아몬드(Diamonds)'를 부르는 신(scene)은 뮤직비디오처럼 짜릿한 감각을 뽐낸다. 소녀들 각자의 매력과 에너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영화의 주 관람 포인트는 캐릭터다. 인터뷰를 통해 "스크린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단순히 다양성을 위한 구색 갖추기가 아닌 '유일성'에 대한 이야기를 원했다"고 밝힌 감독은 캐스팅에 무려 4개월을 투자했다. 마리엠으로 분한 카리자 투레는 <걸후드>를 통해 첫 스크린 데뷔를 한 신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리더 '레이디' 역을 맡은 아사 실라는 세심한 접근을 통해 카리스마와 따듯함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네 명의 인물 중 가장 유머러스한 '아디아투' 역은 린지 카라모가 맡았다. 연기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러운 유머를 펼친 것이 인상적이다.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 '필리' 역은 마리투 투레가 맡았다. 말수는 적지만 존재감은 확실한 캐릭터를 그려냈다.



<걸후드>는 스크린 안팎의 여성들 모두에게 힘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힘든 여성들의 뜨거운 내면을 끌어 모으는 연대의 영화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제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창 작품이자 세계 유수 20개 영화제 11관왕, 21개 부문 노미네이트된 <걸후드>는 성장 3부작 중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해 대중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평단의 호평


“자신만의 온전한 우주를 만드는 소녀들의 이야기. 심장이 터질 것처럼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다. 올해 최고의 영화!”(<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감독), “이 시대 최고의 성장 영화”(Indiewire), "대담하고 아름답게 빠져든다"(We Got This Covered), "날 것의 격정적이고 에너제틱한 감정을 담아냈다"(Guardian),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Independent(UK)), “경이로운 예술 작품”(Hollywood Reporter)



<걸후드>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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