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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일드 추천 '어제 뭐 먹었어?'

중년 게이 커플의 동거 스토리

왓챠에서 시청 가능한 '어제 뭐 먹었어?'는 중년의 게이 커플의 소소한 동거 스토리를 다룬 일본 드라마다.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것으로, 총 12회(매 화 20~30분)로 구성돼 정주행하기에 부담 없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동성애자들의 고충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는 '자극'이 앞설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공감'까지 이끌어낸다. 퀴어물을 꺼려왔던 시청자들도 거리낌 없이 시청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특장점이다(자극적인 스킨십이나 언어 따위가 등장하지 않아서 좋다).



주인공은 자기 관리에 꼼꼼한 변호사 '카케이 시로'와 친절한 미용사 '야부키 켄지'이다. 시로는 외견상 본인의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켄지와의 동거를 결심한다. 켄지는 섬세한 성격 탓인지 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특유의 질투심을 드러낸다. 둘의 성향이 상당히 다른데(시로는 이성적, 켄지는 감성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래서인지 합이 잘 맞다.


이들의 관계는 언뜻 부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 같이 끓어오른 사랑이 아닌, 함께 일상을 지내기에 편안한 사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이들이 서로를 더 각별하게 대하는 이유는 남녀 부부와는 달리, 합법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끊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해는 되레 이성애자들을 반성케 한다.


<오늘 뭐 먹었어?>는 두 사람의 일상 뿐만 아니라 사회 속의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한다. 직장에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게이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시로. 켄지와 외출을 할 때면 타인의 눈치를 보기 일쑤다. 자식에게 의존할 수 없어 건강과 경제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는 그는 매일 세일 식품을 구매해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과식도 금물이다. 부모에게 손자를 안겨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


한편 시로의 부모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게이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시청 포인트는 '요리'이다. 시로와 그의 어머니의 합리적인 요리법, 켄지의 어설픈 요리법까지. 드라마는 매 회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식탁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시로&켄지 커플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다.



내가 퀴어물을 대하는 태도는 인물들의 성별을 지우는 것이다. 물론 시각적인 몰입이 힘들 수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으로 보면 이질감이 줄어든다. 상대를 만날 기회가 적고, 그래서 더 애틋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랑. 어쩌면 일반적인 사랑보다 더 소중하지 않을까.


동성애에 대한 고찰, 소박한 요리 감상을 할 수 있는 <오늘 뭐 먹었어?>. 정주행할 만한 일본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시청을 추천한다(※퀴어물에 대한 반감이 적은 분들에게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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