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정주행에 빠진 나. 이번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하루 반 만에 클리어했다. 큰 기대 없이 시청을 시작했는데 푹~ 빠져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시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로맨스 이상의 메시지를 지닌 힐링 드라마다. 그래서 보는 동안 '마음이 예뻐지는' 충만한 느낌에 휩싸여서 행복했다.
여주인공 우서리(신혜선)는 13년 만에 의식이 깬다. 30세에 눈을 떴지만 교통사고를 당했던 17세 때의 언행과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20대의 시간을 깡그리 잃은 서리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아이와 다름 없다. 살던 집을 찾아갔지만 양육인이었던 외삼촌 부부는 오간 데 없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게 된다. 촉망받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녀가 학력과 경력이 없는 안타까운 인물이 되지만 순수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말버릇은 '참참', '쩜쩜쩜(…)'].
남주인공 공우진(양세종)도 30세이다. 17세 때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마음이 미성숙한 그는 타인에게 '괴짜'로 오해받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타인과의 교류가 더 피곤한 그는 오로지 무대 연출(직업은 무대 디자이너)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우진의 외조카 유찬(안효섭)은 19세 조정부 선수다. 운동만 해 지식은 달리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다. 한 달 간 부모가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어 우진의 집에서 동거 중이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순수한 인물들의 로맨스와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최악의 사고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청춘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을 예쁘게 담았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특별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주요 인물들이 저마다의 아픈 과거를 안고 있어 경직돼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경직된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성장을 이어간다.
순수하고 엉뚱한 인물들 특유의 유머 코드도 있어 정주행하기에 손색 없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정주행할 만한 한국 로맨틱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작품. 특히 많은 것들을 잃고 우울한 날들이 많았을 올해였기에 이 드라마를 통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다. 당신도 서리의 선한 영향력을 받아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