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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정주행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리뷰

고통을 극복한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

고통을 극복한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
독특한 소재 흥미, 느슨하고 익숙한 전개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져


왓챠에서 시청 가능한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을 정주행했다. 쉼 없이 정주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독특한 병을 앓는 주인공과 그가 얽힌 복잡한 상황들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 32회 중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은 24회 정도까지. 그 이후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전개와 예상되는 결말이 시청 욕구를 떨어뜨렸다.


클리셰에 침몰되는 건 대개의 드라마가 안고 가야만 하는 현실(시청자의 기대치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밋거리를 넣어 시청의 맛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 남자의 기억법>은 이 점이 아쉽다. 이 뜻은 조연들이 약하다는 것. 물론 슬픈 숙명과 아픈 추억을 안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묵직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꽁트를 넣기는 애매하다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조연의 부재가 아쉬운 건 사실. 좋은 드라마임에 비해 시청률이 낮아 안타까운 작품들 중 하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앵커 이정훈(김동욱)이 큰 사건으로 기억의 일부를 잃은 라이징 스타 여하진(문가영)의 로맨스를 그린다. 두 사람은 정서연(이주빈)을 중심에 둔 깊은 상처가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정훈은 그 상처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데 반해 하진은 완전히 잃어버렸다(삭제됐다)는 것이다.


연인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본 정훈,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기에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 기억이 강하게 떠오를 때면 죽을 듯이 고통스러워한다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정훈과 하진의 로맨스는 친구의 옛 연인과의 사랑인데... 이는 금기까지는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관계다. 특히나 과거를 현재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정훈의 입장에서는... 몹쓸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정훈과 하진의 로맨스는 아픔을 딛고 긍정적으로 흘러간다.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은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라고 해두자.


극적인 운명. 드라마니까 가능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과거를 잊지 못하는 숙명을 타고난 남자의 상처 극복기를 다룬 동시에 기억의 순·역기능을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단순히 남녀의 로맨스만 그린 게 아니라 생각할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정훈과 하진의 사랑을 쥐락펴락한 장본인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조연들의 로맨스
주인공(정훈)의 조력자도 빠질 수 없지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다. 때문에 망각하는(기억을 잃는, 혹은 기억력이 나쁜) 것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훈처럼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기억력'의 소유자라면 행복할까. 정훈의 입장이 되어보면 니체의 말처럼 망각을 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억의 일부를 완전히 덜어낸(삭제한) 하진을 통해서는 어렴풋한 기억(추억)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연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단기간에 깊은 정이 들어버린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냉철하고 이성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김동욱의 연기도 잊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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