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의 민낯을 그리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왓챠에서 정주행했다. 결혼 8년차 부부의 결혼생활 최대의 위기를 그린 드라마로 이선균, 송지효가 주연을 맡았다. 결혼과 불륜, 이혼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은 것이 특징으로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라면 함께 시청하며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도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성싶다(쉽지 않겠지만).
도현우(이선균)와 정수연(송지효)은 겉보기에 별탈 없는 부부처럼 보인다. 맞벌이를 하는 이들은 직장의 책임 자리에서 꽤 인정받고 있으며 가정생활에서도 꽤 충실히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회사일과 가사 그 어떤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는 수연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현우가 수연의 폰에 뜬 메시지를 본 것이다. '함부로 예약해버렸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 세 시... 보고 싶습니다...' 호텔 예약을 알리는 내용이다.
현우는 믿기 힘든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다,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에 고민글을 올린다. 그리고 메시지 속 그 날의 그 장소에 수연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복한다.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수연. 안도하고 호텔을 나서려던 그때! 현우는 바람남과 함께 로비로 들어서는 수연을 목격한다. 의심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그런데 수연은 담담하다. 무릎 꿇고 빌 거라는 현우의 예상과는 달리, 되레 이혼을 요구한다. 이에 현우는 '죄 지은 건 당신인데 내가 왜 피해를 봐야 하냐'며 격분한다. 그렇다. 현우는 자신이 철저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수연이 잘못한 게 맞다. 어떠한 이유든지간에 외도는 욕 먹어 마땅하다. 도무지 바람을 핀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우는 수연에게 원인을 캐묻는다. 하지만 수연은 그것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수많은 이유들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당신은 바람핀 적 없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매력은 결혼생활에 대해 부부의 양쪽 입장을 정리한 것에 있다. 수연은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있었다. 현우는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수연의 입장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했다.
어떠한 원인이 있더라도 불륜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죄로 취급받아왔으니까. 그러나 거기에도 이유(원인)가 있을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취지는 그 이유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유 없는 외도도 있다. 그 예가 작중 최윤기(김희원)이다. 아이러니하게 '이혼 전문 변호사'인 그는 쉴 틈 없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일은 언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새로운 여자 찾기에 여념이 없다. 재력에 눈 멀어 한 결혼. 내조의 여왕인 아내 은아라(예지원)의 눈을 피해 미친 듯이 바람을 피워대던 그는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만다. 이들 가정사는 자칫 불륜을 동정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드라마를 객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꿀잼'을 담당하기도 하고. 윤기 덕분에 파안대소할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이혼을 경험한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현우의 직장 후배 안준영(이상엽)은 결혼한 지 3일 만에 아내가 떠났고, 메인작가 권보영(권보아)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 그 외에도 현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불륜 사례가 소개된다.
결혼생활의 민낯을 현실감 있게 담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문제시될 수 있는 소재를 담담하게 그려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드라마다. 어둡고 진지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코미디 요소도 가미돼 재미있게 정주행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김희원의 감초 역할이 이 드라마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2019)>와 <툴리(Tully, 2018)>, <레볼루셔너리 로드(Revolutionary Road, 2008)>의 시청을 추천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 꿈(이상)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