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가치를 일깨우는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라스트 홀리데이
인생은 짧다. 따라서 지금 당장의 시간도 우울하거나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면 현재를 보다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다.
<라스트 홀리데이>는 백화점 판매 사원으로 살던 '조지아'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여생 동안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도전을 시도하는 그녀의 모습은 밝고 강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평범하게만 살아온 조지아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를 관두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현재의 삶에서 벗어난 것. 무려 전재산을 털어 값비싼 호텔의 특실을 예약하고 헬리콥터를 타는 등 그 동안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거침없이 한다. 달라진 것은 생활 환경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내뱉는 등 당당한 모습을 통해 용기와 자존감을 회복한다.
죽음을 앞둔 후 달라진 조지아의 모습은 막연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가치를 만끽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물론 조지아처럼 전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옳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지금의 행복을 미루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유쾌하게 표현한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조지아의 럭셔리한 마지막 휴가에 동행하고 싶다면 시청을 권한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가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는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는 인간사의 공통점을 깨달은 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해야겠다'고 결심힌 둘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모든 인간은 죽음의 문으로 퇴장한다. 주어진 삶의 길이와 형태가 다를지라도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면서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극히 적다. 먼 미래의, 막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에 임박한 사람들 뿐이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인물들처럼 말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해보지 못한 것들에 미련을 갖고 후회하기 시작한다. 극중 인물들처럼 실행할 에너지와 원천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대개 병실에 누워있겠지).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속 인물들의 도전 역시 <라스트 홀리데이>의 조지아처럼 과감한 것들이 많다.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세렝게티에서의 사냥 같은 것들이 그렇다. 물론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와 같은 엉뚱한 소망들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소소한 것들도 있다. 버킷 리스트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평소에 생각만 해오던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된다. 조금이나마 건강할 때, 훗날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금 현재!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실행해) 보는 건 어떨까.
노킹 온 해븐스 도어
마틴과 루디는 불치병 환자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같은 병실을 쓰는 둘은 서로를 알아가다 단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는 루디를 위해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난다. 바다로 향하는 길은 녹록지 않다. 여행을 위해 마련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스포츠카였던 것. 예상하지 못한 여행 경비가 생긴 그들은 버킷 리스트를 이야기하며 여행길에 오르지만 악당과 경찰의 추격이 뒤따르면서 위기를 맞는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손꼽히기도 한다. 특유의 분위기와 막강한 배우진, 밥 딜런이 부른 OST 'Knockin On Heaven's Door' 등이 어우러진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로드무비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이라고 생각하고 여생을 탕진하겠다고 결심한 두 남자의 인생은 병마와 싸우며 힘들어하던 때보다 훨씬 쉬워진다. 누군가에겐 극적인 사건이 일탈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엔딩 신이다. 고초 끝에 다다른 바다에서 마틴과 루디는 생의 끝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바다를 보았기에 천국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이렇게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죽기엔 이른 두 남자가 갑갑한 병실을 벗어나 치열한 여정 끝에 바다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소개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해가는 여정을 담은 것이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뜻한다. 세 영화의 주인공들은 버킷 리스트의 실행을 염두에 두지 않다가 죽음이 눈 앞에 닥쳐서야 비로소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죽기 직전에 병실을 뛰쳐나와 버킷 리스트를 지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신체와 정신을 가눌 수 있는 지금! 하고 싶었던, 혹은 하고자 한 것들을 실행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