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잔칫날' 리뷰

아버지 장례식날 잔칫집으로 향한 남자

영화 <잔칫날>는 아버지 장례식날 잔칫집으로 향한 무명 MC '경만'의 하루를 쫓는다. 여동생 '경미'와 번갈아가며 뇌졸중으로 입원한 아버지를 보살피던 경만. 병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간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남매. 하지만 이들에게 닥친 현실은 밀린 병원비와 장례비의 압박이다. 당장 치러야 할 장례비조차 없는 상황. 그러던 중 경만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전화가 온다. 아내의 출산으로 지방에서 진행되는 팔순 축하연 행사의 MC를 보지 못하게 된 친한 형이 경만에게 대타를 부탁한 것. 아버지 장례식날 잔치 행사를 이끌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200만 원이라는 큰 액수를 듣고 승낙한다. 경미에게는 병원에 들른다는 거짓말을 하고선 말이다.

경만의 역할은 MC뿐 아니라 남편을 잃은 후 사라진 할머니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재롱을 피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울어야 할 날에 이게 웬 날벼락인가. 그러나 돈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만은 할어버지가 입던 옷까지 입고 춤을 추며 역할에 임한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잔칫날이 장례식으로 급변하고 만 것이다. 심지어 할머니의 죽음의 가해자로 마녀사냥 당한다. 이 황당한 상황에 경만은 미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경미의 상황 또한 힘겹기 매한가지다. 홀로 장례식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시끄러운 조문객들의 소음과 장례비 재촉을 견뎌야만 했으니까.

아버지의 죽음보다 남매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은 경제적인 현실이다. 이들에게 돈의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버지가 남기고 떠난 병원비와 부채, 못다한 학업과 생계를 잇기 위한 비용까지. 닥쳐올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남매의 관계가 꽤 돈독하다는 점이다. 부디 힘을 합쳐 이전보다는 괜찮은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아이러니하고 안쓰러운 상황에 직면한 남매의 이야기를 보는 내내 먹먹하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아야만 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경만과 경미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들 남매처럼 희한한 상황에 직면하는 순간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안정적인 인생이 이상적이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역경이 온다 할지라도 무너지지 말고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