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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리뷰,
국내 우주 SF영화의 성공적 신호탄

넷플릭스행 아쉬워… 극장 개봉을 청원합니다


영화 <승리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차례 극장 개봉을 미뤄 온 영화는 2월 5일 공개된 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2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됐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SF라는 점이 기대를 증폭시킨 원인이다. 큰 공이 들어 간 작품인 만큼 제작사는 적절한 극장 개봉 시기를 따져 왔다. 이 상황 역시 관객들로 하여금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결국 제작비를 보전 받기 위해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이 선택은 관객들의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역력하다. <승리호>는 극장에서 관람해야 마땅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이 이뤄졌다면 큰 화면과 사운드, 4DX, 스크린X 등의 특별관 관람을 통해 보다 생생한 체험이 가능했을 것이다.


<승리호>의 배경은 2092년 지구와 우주다. 극심한 환경오염 때문에 인류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버린 지구를 대체하기 위해 우주 위성궤도에는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Utopia above the sky)가 만들어진다. UTS는 깨끗한 환경과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주쓰레기를 수거해 파는 청소부들이 있다. 이들 우주청소부들은 돈을 벌어 지구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지만 계속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승리호' 역시 청소선들 중 하나다. 선원은 조종사 장선장과 태호, 기관사 타이거 박과 기술자 로봇 업동이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역시 빈곤에 시달리다 빚까지 지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그러던 중 돈벌이가 될 만한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도로시를 팔아 한 몫 챙기려는 계획을 짜지만 상황은 순탄히 흘러가지 않는다.


극이 전개되면서 도로시를 비롯한 선원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인물들은 원하는 바가 다르지만 공존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운다. 국적과 성별, 나이를 차치하고 '위도 아래도 없는' 우주적 관점에서 단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마디로 <승리호>는 디스토피아에 놓인 인물들이 제 역할을 하며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승리호>는 기존 SF영화의 틀을 중심으로 한국의 색을 가미했다. 로봇, 슈트를 입은 제국군, 우주 전투 장면은 익숙한 모습들이다. 환경 오염, 계급 차별 등도 많은 SF영화가 다뤄 온 소재다. 반면 선원들이 둘러앉아 화투를 치고 된장찌개를 먹는 모습, 가족애와 같은 한국 고유의 '정'은 '메이드 바이 코리아'임을 어필한다. 우주청소선, 우주청소부 등의 신선한 소재는 <승리호>만의 개성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승리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잡았다. 한국과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해외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이었다. 때문에 영화에는 다국의 배우와 언어가 등장한다. 이 취지를 고려하면 넷플릭스행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위안 삼을 수 있겠다.


SF영화인 만큼 시각특수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영화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어색함 없는 비주얼이 탄생했다. 이 쾌거를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승리호>는 그간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우주 SF영화에 출사표를 던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장엄한 세계관이나 치밀한을 갖춘 스토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팬데믹 상황이 걷히면 극장 개봉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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