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매화의 대향연장
봄이 왔고, 이곳저곳에서 앞다투어 봄날을 기리는 축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봄…. 특히 봄을 상징하는 꽃밭에 간다면 한껏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꽃, 나무만큼이나 계절을 확연히 만끽하게 만들어 줄 만한 자연물들이 있을까? 그래서 올해는 열심히 ‘꽃을 좇자’라는 나만의 목표를 정했다. 아직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기엔 일교차가 다소 크지만 봄의 전령사 매화를 만나기 위해 광양매화(정보화)마을로 향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전령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매화는 꽃샘추위와 함께 핀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는 두 계절을 이어주는 교각에 다름 아니다.
광양매화(정보화)마을을 중심으로 약 일주일 간 축제가 펼쳐지는데, 내가 찾았던 지난 14일은 약 일주일 간 진행되는 광양매화축제의 시작일이었다. 만개하지 못한 매화들과의 만남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오긴 했으나 이번 발걸음을 통해 다시금 여행의 참 맛을 깨닫게 됐다. 바로 ‘관찰의 힘’이 그것이다.
내가 이번 매화축제를 찾지 않았다면 매화의 생김을 ‘들여다볼 날’이 또 언제 오겠냐는 말이다. 물론, 다른 시공간에서 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들 ‘2015년 3월 14일 매화마을에서의 매화꽃들과의 만남’을 이번 여행에서만 가능했으리라. 더욱이, 매화가 목적이 아닌 다른 여행에서는 매화가 주인공이 아닌 풍경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테니 ‘스치듯 안녕’을 고할 수도 있었을 것.
매화나무가 내가 그토록 즐겨먹던 매실의 모태라는 것도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된 나는 이번 여행을 빌어 그들의 다양한 생김새를 면밀히 관찰했고, 볼수록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비로소 나는 타자에게 “매화는 아름답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실의 색과는 전연 다른 백, 홍의 매화들의 향연에 나도 모르게 ‘시인(詩人)의 감성’이 솟는 듯 했다. 실제로 매화마을 곳곳에서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이곳은 영화 <취화선>, <천년학>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만개한 매화꽃으로 백빛 가득한 공간은 봄이 아닌 겨울의 눈밭을 보는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하는데, 그래서 그들을 일컫는 용어들 중 하나로 ‘설중매(눈 속에 핀 매화)’가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면, 원경에서 바라본 이곳을 당장이라도 그려보고 싶었을 것이다.
한 폭의 산수화가 연상되던 곳이다.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매화마을이지만, 늘어선 매화나무들과 활기차고 가벼운 발걸음의 상춘객들과 함께해서인지 전연 힘들지 않았던 매화마을에서의 시간. 이 소중한 시간과 함께 나는 봄을 맞았고 매화와 친해질 수 있었다.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과 여성성을 가득 품은 짙은 분홍색의 옷을 입은 매화들과 만날 땐 나도 왠지 그들과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겠다고 귀여운 다짐도 해봤다.
매화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광영매화축제는 오는 3월 22일까지 진행된다. 물론, 축제기간 이후에도 일정기간은 매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함께 할 때 의미를 갖는 ‘축제’에 몸을 담가보는 것도 괜찮은 활동과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전남까지 왔기에 봄의 또 다른 전령사인 산수유꽃도 만나보고 왔다. 구례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갓 싹 틔운 산수유꽃의 노란 수줍음을 보니 원아(園兒)들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올해는, 18일부터 27일까지 구례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봄을 좆아 떠난 봄꽃 축제들을 앞서 즐기고 온 탓인지, 올해는 왠지 내게 더 풍족한 시간이 주어진 듯 하다. 봄의 생기를 여과 없이 발휘하는 전남 꽃 대향연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긍정에너지를 얻어갈 것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