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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여행, 외암민속마을&해미읍성

지붕 없는 민속박물관, 두 곳을 소개한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절기상 봄이 도래했다. 신학기, 봄소풍 등 봄은 ‘설렘의 계절’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우울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우리가 흔히들 ‘봄날은 온다’라며 기대와 맹세를 하듯 봄은 우리에게 활력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계절이다.


곧 완연한 봄의 날씨를 만끽할 때면, 웅크리고 있던 심신을 펴고 단합과 새 출발을 위해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족여행의 명분은 각양각색이겠지만, 아이들을 두고 있는 부모라면 ‘살아있는 전통문화 체험’을 위한 공간을 찾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께 추천하는 충남의 지붕 없는 민속박물관 두 곳, 외암민속마을과 해미읍성을 소개한다.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젊은이들 사이에선 ‘민속마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전주한옥마을’인 듯하다. 하지만 필자는 사실 전주한옥마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옛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돼있다기보다는 다소 인위적인, 게다가 상업적인 면모에 더 치중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여행지’로는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가족과 함께 옛 전통문화를 즐기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공간이었다고나 할까. 실제로 함께 여행했던 필자의 부모도 다소 실망한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실망감을 회복시켜 준 장소가 있었으니, 바로 그곳이 필자가 소개할 충남 아산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이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때는 지난해 5월. 지인의 결혼식을 방문한 후 찾게 된 곳인데, 유독 좋았던 날씨 탓에 한껏 만족스러운 여행지로 추억되는 곳이다.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된 이곳은, 지붕 없는 민속마을이다. 설화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약 500여 년 전에 마을에 정착한 예안 이씨 일가 주민들이 현재에도 살아가고 있다. 지난번 여행지로도 소개했던 안동하회마을처럼, 마을 내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장소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닐 만큼 좋은 공기와 굵직한 나무들과 개천 등 자연경관과 함께 전통과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을을 소개하는 영상실도 있으며, 실제로 마을 안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도 좋다.


서민층, 중류층, 상류층 등 다양한 신분별 가옥형태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 등도 발견할 수 있으며 필자가 방문했던 주말에는 ‘전통혼례’도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각 집들을 에워싸고 있는 돌 담장이 인상적이었는데, 500여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우리나라의 건축양식의 우수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마을을 지키는 수호수 역할을 하는 듯한 600년 된 느티나무는 체격만큼이나 감탄사를 연발케 만들었다.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 찍어도 한 화면에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위대함. 이 나무 앞에서는 필자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번씩 기념촬영을 하고 지나갔었다.


외암민속마을은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와 <취화선>, TV드라마<임꺽정>, <야인시대>, 등 역사를 담아낸 영상물들과 과거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클래식>, TV드라마<꼭지> 등의 촬영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이는, 옛 풍습이 잘 보존돼 있음을 입증한다.



교과서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도 진행하고 있는데, 시즌별 농촌체험이 가능하며 손두부만들기, 떡매치기, 천연염색체험, 한지등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실질적인 경험만큼 훌륭한 학습법이 없듯, 아이들에게 교과서나 박물관 등에서 익혀왔던 간접학습을 옛 풍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외암민속마을에서 체험학습으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장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홈페이지: http://www.oeammaul.co.kr



[충남 서산 해미읍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곳 해미읍성. 필자는 지난해 이맘때(3월 초) 이곳을 찾았다. 완연한 봄날은 아니었지만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과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바람이 필자의 피부를 깨웠던 그때의 추억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다.



해미읍성은 사적 제116호로 지정된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현존하는 읍성 중에서는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을 대표하기 위해 기존했던 민가와 학교 등을 철거하고 성벽을 보수하는 등의 공사를 실시해, 지금은 보다 깔끔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1866년 천주교 박해 때 관아가 있는 해미읍성으로 1천 여 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잡혀와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는데, 아직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에 천주교도들의 순례지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인 면을 차치하고도(필자 또한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 해미읍성은 훌륭한 관광지임에 분명하다. 넓은 공간을 걸으며 산책하기에도 적합하며 관아체험, 옥사체험, 군영체험 등의 독특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뿐만 아니라, 연날리기, 국궁, 투호 등 전통놀이체험도 가능하며 주말에는 국악, 판소리, 등의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알고 보면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지만,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있는 드넓은 공간을 산책하며 전통문화를 체득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연날리기 체험이 가능하다는 건 필자가 꼽은 해미읍성의 특장점들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한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원동산에 마련된 소원나무에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열매를 걸어두는 것 또한 하나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이곳은 TV드라마<근초고왕>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579년, 병마절도사영에 이순신이 훈련원봉사로 열 달 동안 근무한 바 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목상도 만나볼 수 있다.


홈페이지: http://www.hoyatree.kr




실제로 위 두 장소는 필자가 가족여행지로 찾은 곳들이다. 한적한 곳을 거닐며 옛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붕 없는 민속박물관들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만족한 장소인 만큼 봄맞이여행지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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