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용기있는 여성들이 되길 바라며…
영화 <엘르>는 퍽퍽하고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한 중년 여성에게 찾아 온 성적 (간접)일탈을 다룬다.
매거진 'ELLE'의 유명 에디터 안느는 고상한 취미를 지닌 전문직 여성이다. 늘 클래식 음악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일에 있어서는 밤샘을 자처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동시에 그녀는, 두 아들의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하다. 그런 안느는, 집과 직장 그 어디에서도 욕망과 감정을 분출할 수 없다. 그저 혼자 삭힐 뿐이다.
그런 갑갑한 생활에 익숙해진 안느에게 '흥미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는 일정 기간동안 취재차 젊은 여대생 두 명과 만나게 되는데, 그녀들의 공통점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남자들과의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녀들에 대한 안느의 첫인상은 나빴지만, 관계가 깊어지고 그들만의 사연을 알아가면서 어느새 이해와 공감이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성매매는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엘르>는 성매매를 행하는 이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안느의 인터뷰이들은, 중년 남성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현실적이기 때문에 진솔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변태적인 성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펼쳐지기도 하지만, 결코 관객들의 숨겨진 욕망을 건드리거나 성매매자들의 치부를 강조하기 위해 연출된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여성들의 '닫힌 욕망의 문'의 창구를 선물한 셈이다.
<엘르>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가정과 사회 모두에서 좋은 환경에 있는 안느와, 가정과 직업에 대한 성공은 보장되지 않았으나, 성(性)적 욕망에 대해서는 자유롭고도 명확한 선택을 한 당당한 두 명의 인터뷰이.
안느와 두 여대생은 신분과 생활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그녀들 모두에게는 본능적인 욕망이 존재한다. 이 사실만은 인간 모두에게 명백하게 자리잡고 있다. 영화는 여성들을 주체로 다뤘지만, 이는 성별과 나이고하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안착된 본능이다. 영화는 진지하고 솔직하게, 현실을 스케치한다.
성차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귀속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더 슬픈 것은 그 상황을 당연시 여기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체격과 힘, 성향과 취향 등은 남녀를 떠나 개인에게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 '개인적인 것'들을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성욕은 수면·식욕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서슴없이 표현과 표출하는 남성들에 비해, 아직도 사회는 여성들에게 관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욕망을 자유로이 표출할 수 없는 외로운 안느에게 주어진 자위 가능한 공간은, 차디찬 화장실 바닥 위에 불과하다. 남편의 비즈니스와 말썽쟁이 두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의 자위는, 쾌락과 만족이 아닌 슬픔과 울분의 표상으로 비춰진다.
스스로의 욕망을 깨닫고 일탈을 경험한 그녀. 하지만 그녀는 명예와 가정을 지켜야만 하는 현실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실존은 이처럼 고통 안에 우리를 묶어둔다.
욕망을 자유로이 분출할 수 없는, 분출하면 오히려 손가락질 받는 여성들의 사연들이 모여 하나의 사회적인 작품으로 완성된 영화<엘르>. 은유적이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서사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즐길거리다. 더불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감상자 개인의 사색을 고무시킨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다. 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보다 용감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