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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가식과 졸부의 허세를 풍자하다

우디 앨런 '스몰 타임 크룩스' 리뷰

'스몰 타임 크룩스'는 은행털이 전과자 레이(우디 앨런)가 의외의 기회로 성공해 졸부가 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우디 앨런의 풍자 코미디다.



어수룩한 레이는 친구 3명과 공모해 은행을 털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은행 옆의 휴업 중인 피자집을 빌려 땅굴을 파서 은행 금고에 침입하겠다는 작전이다. 눈속임을 위해 '선셋 과자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아내 프렌치(트레이시 울만)가 만든 수제 쿠키를 판다. 진척이 없는 레이 일당의 작업과는 달리, 쿠키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선셋은 동종업계 1위로 부상한다.


레이 부부는 벼락부자가 된다. 으리으리한 집에 미술품과 골동품, 악기 등을 사들이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해 호화로운 파티도 연다. 파티 도중 프렌치는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들을 교양 없는 졸부라 비웃는 것을 엿듣고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파티에 참석한 교사 출신 미술품 중개상 데이빗(휴 그랜트)에게 교양 교육을 청한 후 레이 부부는 미술과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에 관심이 없는 레이는 농땡이를 치고, 부부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데이빗은 교양 차 수업을 위해 유럽 박물관 여행을 제안하고 프렌치는 이에 응한다. 여행 중 프렌치는 데이빗의 사업에 큰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파산 소식을 접하게 된다.



졸부가 된 레이 부부는 잠깐의 부자 생활을 만끽하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은행털이, 보석 훔치기 등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레이는 '또' 프렌치의 생활력에 기댄다.


영화는 상류층의 가식과 허세로 그득한 졸부의 심리, 사기와 비리가 난무하는 사회를 풍자한다. 상류층 문화에 익숙해 미술을 비롯해 교양이 풍부한 데이빗은 기본적인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이다. 과연 그를 교양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린 가난해도 행복해"를 외치던 프렌치는 부자가 된 후 연주할 줄도 모르는 하프를 사들이고 어울리지 않는 명품을 몸에 걸치고 다닌다. 맛도 모르는 와인과 프랑스 요리를 먹으며 허세를 부린다. 교양 수업을 받았음에도 음악회 중 휴대전화를 받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민망한 행각을 벌인다. 레이 일당의 행각을 눈치 챈 경찰은 "쿠키 가게 프랜차이즈에 내 투자를 받아 주면 눈 감아줄게"라며 사리사욕을 채운다.



이 추악한 면들을 비춘 후 드러나는 감독의 메시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진정성 있게 행동할 것'이다.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능력 안에서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한다. 프렌치의 쿠키에 담긴 능력과 진정성이 성공을 이끈 것처럼 말이다. 절도나 사기, 편법은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겉만 번지르르한 삶은 쉽게 깨지게 마련이다. 이는 작품 말미에서 레이가 훔친 유리로 제작된 모조품이 산산조각나는 장면으로 상징화된다. 인간의 삶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고 변화될 수 없다. 발버둥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스몰 타임 크룩스'는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행복과 안분지족의 지혜를 일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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