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는 우리 모두는 행운아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읽고

나는 대학시절 7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은 행운아다. 행운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건 아니지만, 8할쯤은 운이 좌우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행운을 갑자기 찾아온 기적으로 여기고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운은 거저 오지 않는다. 시련과 노력이 수반된다. 대학시절의 경험을 통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통증을 앓고 이겨낸 자만이 비로소 달콤한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말이다.


장학금과는 아픈 사연이 얽혀 있다. 당시의 목표는 취업을 위한 학점 취득이나 생활고 등의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런 뜻을 품은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1학년 1학기 때 학부장이 전공 과목에 D라는 참담한 학점을 준 것이 마음의 불을 지폈다. 한 번의 지각과 결석 없이,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렀기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수업에 자주 빠지고 학업에도 소홀하지만 학부장이 이끄는 동아리 제자가 A+를 받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내 학점의 당의성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지저분한 학점을 포기하고 재수강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다른 수업의 학점들은 괜찮았다. 장학금을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포기할 만한 결과도 아니었다. 어쨌든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마주한 D라는 알파벳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한날은 그 학부장은 뺨도 쳤다. MT 술자리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랬다. 적어도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왈칵 눈물이 났다. 주변에 있던 선배들이 붉어진 뺨과 눈 주위를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 자리를 떴다. 이유를 물을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상대였기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상황을 피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 말이다. 그렇게 내린 결정은 받아들이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성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D학점에 뺨을 맞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나를 채워갔다. 포기한 학점과 구겨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밤낮으로 학업에 임했다. 덕분에 1학년 2학기부터 4학년까지 1등을 이어갔다. 4학년이 되어 포기했던 그의 수업을 재수강하여 A+를 획득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수업이 마무리되던 날, 학부장은 내게 다가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그날의 풍경과 학부장의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온화한 인상과 그날의 햇살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묘한 기쁨이 온몸을 휘감은 날이었다. 뒤늦게 들은 풍문에 의하면 학부장은 내가 학부 친구들을 선동해 학업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소위 ‘노는 애’로 봤다고 한다. 지금 와서 아니라고 말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의 잘못된 시선이 나를 좋은 결과로 이끌어줬으니, 돌이켜보면 오히려 감사하다.


책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읽으며 회상한 일이다. 제목이 마치 저 당시의 내가 해낸 일을 응원하는 것만 같아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 작가 자신이 겪은 시련과 노력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는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를 만나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작가 역시 도전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시선과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멈칫하고 흔들렸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을 믿고 목표를 향해 노력한 끝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꿈꿔온 카페 사장이 되었다. 그는 ‘확신은 타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으로부터 나오는 건 불안 뿐입니다’라면서 스스로를 믿고 걸어갈 것을 제안한다. 부정적인 상황과 사람이 찾아와도 겪어내고 버텨낸 시간들이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된다면서 시련에 낙담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예기치 않게 닥친 상황들에 끌려 다니다 보면 스스로를 돌볼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지게 마련이다. 만약 내가 대학 시절에 학부장의 시선에 주눅들어 눈치를 봤거나 학점을 잘 받은 친구를 시기했다면 자존감은 떨어지고 분노만 쌓였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는 제쳐 두고,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집중하고 노력한 시간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책에서도 ‘자신에게 처한 일을 계속해서 피하려고 하거나 고통받으면 괴로운 상황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아픔 역시 마찬가지다. 고통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나의 선택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물론 마음먹고 행동한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좋게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가 더 나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진실이다. 책에서도 소개되는 ‘회복탄력성’은 무너지게 되더라도 고난과 역경을 발판 삼아 딛고 일어나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을 이루는 많은 요소들 중 긍정적인 생각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D학점을 받은 사람이 과 수석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스스로를 의심한 순간도 더러 있었으니까.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꾸준히 실천에 옮겼다. 결국 정신과 육체(행동)의 결합이 행운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전히 나는 흔들리고 있다. 나를 의심할 때도 있고, 나약해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원치 않는 상황과 제어할 수 없는 사람들로 괴로울 때가 많지만 좋은 책과 무언가 해냈던 과거를 떠올리며 힘을 내곤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이 있다. 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무엇이든 해내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챙김의 시> 중 '아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