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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감' 리뷰,  2022년 재탄생한 심쿵 로맨스

영화 공부를 했던 대학 시절, 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DVD를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던 영화 '동감'이 리메이크됐다. 그 당시 영화를 보고 시간을 초월한 깊고 진한 소통'이라는 짧은 평을 남겼던 기억이 있다. 배우 유지태와 김하늘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원작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었기에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도 컸다. 기대가 크면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지만, 웬걸. 2022년판 '동감'은 충분히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키득하게 만드는 공감 포인트와 애틋함과 애절함을 넘나드는 로맨스, 묵직한 감동까지 두루 갖춘 작품이다.


2022년판 '동감'은 원작의 흐름은 유지하되 주인공들의 시대적 성별을 바꿨다. 원작에서는 김하늘이 과거의 인물, 유지태가 현재의 인물을 연기했으나, 이번 작품에는 여진구가 95학번 기계공학과 복학생 '용'을, 조이현이 21학번 사회학과 '무늬'를 연기했다.



용과 무늬는 오래된 HAM 무전기를 통해 연결된다. 무늬는 '모르는 사람과 인터뷰하기'라는 과제를 위해 용을 인터뷰이로 결정했고, 용은 첫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늬에게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들이 서로에게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있었던 이유는 오히려 서로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여 진솔한 마음을 고백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용과 무늬는 꿈과 사랑, 우정 등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조언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무늬를 통해 믿기 힘든, 믿기 싫은 미래를 듣게 된 후 좌절한다.


'동감'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대를 자극하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캔모아', '베니건스' 등의 장소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곳과 얽힌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Z세대의 전형인 이현의 생각과 '썸'과 '헐' 등의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용의 삐걱대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기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M세대인 나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당시 유행했던 백팩, 통이 넓은 진과 걸쳐 입은 큰 셔츠 등이 어우러진 세미 힙합 패션은 뉴트로에 관심이 깊은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청춘의 색이 한가득 배어 있는 것이다.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등 '요즘 대세' 배우들의 설렘 가득한 캠퍼스 로맨스가 마음을 간질인다. 또한 츄의 '고백', 미노이의 '습관' 등 2022년 청춘들에 의해 재탄생한 OST도 귀를 간지럽힌다. 그 밖에 엔플라잉의 ‘너에게로 가는 길’, ‘이무진의 ‘개똥벌레’ 등의 콜라보 음원은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들어볼 수 있다.


'동감'은 '꿈과 사랑의 중요성'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달달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개인의 욕망만을 좇아 사랑을 놓치고 살아가는 청춘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동시에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래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것이 행복한 앞날을 보장하진 않는다. 자신의 뜻과 의지대로 미래를 개척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랑말랑한 감성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동감'이 힘이 되어줄 것이다. 11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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