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개봉 후 아직도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중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드디어 관람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총 세 챕터로 구성된 옴니버스형 영화다.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미국에 이민 온 중국계 중년여성이다. 무남독녀로 자란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배우의 꿈을 접은 채, 첫사랑 '웨이먼드'(조나단 케 콴)와 결혼한다. 부부는 빨래방을 운영하며 고군분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외동딸 '조이'(스테파니 수)가 있다.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던 조이가 대학을 관두고 동성연애자임을 밝히고 여자친구와 동거까지 하면서 연락까지 뜸하자 에블린은 한껏 서운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부에게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국세청에 감사를 받으러 가던 중 웨이먼드가 자신을 '알파 웨이먼드'라면서 메타버스에 관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한다. 그러던 중 에블린은 알파 웨이먼드의 안내로 버스점프를 하고, 멀티버스인 알파버스에 입문한다. 그곳에서 에블린은 과거의 꿈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모습의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이 바랐던 다른 모습의 수많은 웨이먼드와 색다른 조이를 만난다.
문제는 조이 안에 악의 신 '조부투파키'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조부투파키를 몰아내고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은 에블린은 조이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을 이해해간다.
액션을 비롯한 현란한 볼거리들로 구성되었지만 B급 병맛 코드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쏟아지는 호평을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내가 그랬으니까. 초반엔 잠깐 졸았다. 개인적으론 불필요한 액션을 줄이고 러닝타임을 줄였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손가락이 소시지인 세계, 너구리의 지배를 받는 요리사가 나오는 라따구리(라따뚜이+너구리)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포복절도를 유발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액션과 코미디 장면이 흐른 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슬며시 드러난다. 인간은 모두 작고 어리석으며, 행복한 시간을 일생에서 작은 순간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과 충분히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돌멩이들이 직설적으로 전하는 메시지 또한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드는 요소다.
고리타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멀티버스처럼 트렌디한 콘셉트와 B급 감성으로 풀어 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호불호가 갈릴 순 있지만 좋은 메시지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하기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한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과정이 이렇게 다이내믹할 줄이야...! 우리 모두의 삶은 멀티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