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재능X노력²
책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긴 시간 동안 방대한 자료 조사와 연구에 몰두해 성공의 근원은 재능이나 적성, 아이큐가 아닌 '그릿(GRIT)'이라고 밝혔다.
그릿은 사전적 의미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 정도로 정리되어 있지만, 한 마디로 규정하긴 힘든 개념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그릿의 전형을 요약해보면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아갈 방향(하나의 큰 목표)이 있다는 것.
결국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열정과 결합된 끈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타고난 재능이나 부모의 경제력 같은 외부적인 조건에 의지하기보다 실패와 역경, 슬럼프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해 목표를 달성한 공통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재능이 성공의 주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고교 수학교사로 근무할 당시 머리가 좋은 학생보다 오히려 머리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학생 중 상당수가 '결국' 높은 성적을 보이는 점에서 의문을 품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악명 높은 미 육군사관학교 훈련에서 누가 탈락하고 누가 끝까지 남는지, 거절이 일상인 영업직에서 누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내 좋은 실적을 내는지 등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성공의 핵심이 그릿임을 밝혀낸다.
책에서 제시하는 그릿의 척도는 다음과 같다.
1. 멀리 목표를 두고 일하고 이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확고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정도
2. 단순한 변덕으로 과제를 포기하지 않음. 새로움 때문에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으며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성향
3. 의지력과 인내심의 정도. 한 번 결정한 사항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결단력
4. 장애물 앞에서 과업을 포기하지 않는 성향. 끈기, 집요함, 완강
물론 재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결코 그릿을 실천한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다. 만약 재능이 성공의 주 요인이라면 천재로 태어나지 못한 많은 이들은 낙담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여럿 봤다. 결국 '성공=재능X노력²'이라는 것.
누군가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릿도 재능, 즉 타고난 능력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누구나 그릿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네 가지 심리적 자산'으로 설명되는 그릿을 키우는 방법의 첫 번째는 '관심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둘째는 관심사를 남다른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일이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도 중요하다는 '목적에 대한 확신'이며 마지막은 끈기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최종 목표를 향한 굴하지 않는 태도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릿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투지가 넘치는 문화를 찾아 합류할 것을 제시한다. 그 집단에 들어가 문화를 받아들인다면 웬만한 일은 '이 정도 쯤이야'라며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릿의 전형이 현명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혜택을 누릴 수 없기에,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 격려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며 지지해줄 수 있는 멘토(현명한 교사, 지지자)를 찾으라고 말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나이가 들수록 그릿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겪어야 할 여러 사건사고들로부터 쌓인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그릿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봐도 참을성이 강해지고, 웬만한 것엔 면역이 생겨 버티는 힘이 다져지는 것 같다.
한편 그릿을 키울 수 있는 육아법도 제시한다. 핵심은 기대에 부응하는 지지를 해주는 것이다. 단순한 공부만이 아닌 특별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녀가 어떤 분야에 흥미(열정)를 느끼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자녀에게 그릿이 생기기를 바란다면 먼저 당신 자신이 인생의 목표에 얼마만큼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하고, 자녀가 당신을 본받게 만들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자문하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그릿'이 전하는 성공의 비밀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나는 칠전팔기의 정신이 성공의 발판이라는 것이다. 재능이 없다고, 재능이 우월한 사람들과 비교하며 낙담하거나 넘어지지 말자. 천재들만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애초에 살아가는 건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마침내 우리는 원하는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빌 게이츠 역시 '재능보다 역량(competency)'을 중시해왔다고 한다. 그는 인재를 채용할 때 지루한 프로그래밍 과제를 내주고 결승선까지 가는, 시작한 일을 완성한 프로그래머만 채용했다.
마지막으로 일명 천재에게 주는 상인 '맥아더상'을 수상한 저자가 늘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겼던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옮겨보겠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그녀가 얻어낸 쾌거의 힘, 그릿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제가 천재가 아니라고 하셨죠. 그걸 반박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만큼 저도 자라서 제 일을 좋아할 거예요.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 아버지, 길게 보면 재능보다 끝까지 하겠다는 집념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책 속의 한 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다시 반복, 또 반복한다.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마침내 완벽히 달성할 때까지, 이전에는 고전했던 부분을 나무랄 데 없이 능숙하게 해낼 때까지, 신경 쓰였던 기술 부족이 무의식적인 자신감으로 바뀔 때까지 반복한다. - p. 170
열정의 원천이 되는 한 가지는 흥미다. 그리고 또 다른 원천은 목적 즉,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다. 투지가 강한 사람들의 성숙한 열정은 이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 p.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