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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폴레옹> 리뷰

영웅도 한낱 인간일 뿐

<나폴레옹>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한 1789년부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약 30년의 시간을 다룬다. 굵직한 역사적 순간들이 시간 순서대로 펼쳐진다.


영화 <나폴레옹>은 리들리 스콧 감독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다. '아직 만들지 못한 영화'로 늘 '나폴레옹'을 꼽아왔다는 그가 이룬 결과다.


리들리 스콧이 들춘 나폴레옹의 면모는 누구보다 사랑에 진심인 로맨틱 가이라는 점이다. 그 외에도 역사가 다루지 않은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을 다룬다. '영웅', '침략자', '타고난 지도자' 등의 평가를 받으며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지만 한결같은 사랑을 이어간 나폴레옹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나폴레옹>의 관람 포인트다.



감독은 나폴레옹이 뛰어난 능력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사랑에서 찾는다. 나폴레옹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 '조제핀'. 첫눈에 반해 평생을 걸쳐 조제핀을 사랑한 나폴레옹의 모습은 익히 알려진 냉혈한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전쟁만큼 뜨거운 사랑을 한 나폴레옹을 통해 사랑의 파장을 담아낸다.



조제핀은 나폴레옹보다 6살 많은 연상으로, 두 아이의 엄마였다. 나폴레옹의 열렬한 구애로 결혼에 이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순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폴레옹이 전장에 있을 때의 외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둘의 결혼생활을 가로막는다.


누구보다 냉철한 인간인 줄 알았던 나폴레옹은 조제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허세를 부리기도, 조제핀의 외도를 알게 된 직후 프랑스로 돌아가는 등 충동적인 면을 드러낸다. 또한 대포를 터트릴 때 손으로 귀를 막거나, 심기를 건드리는 이를 향한 감정적인 대응도 곧잘 한다. 그 역시 한낱 인간이었다는 것.


그렇다고 나폴레옹의 업적을 배제한 건 아니다. 상당 분량을 전투 신으로 할애했다. 퍼런 전장, 툭 터지는 시뻘건 피.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과 조제핀과의 멜로 무드의 대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속 나폴레옹의 모습은 전기 영화 속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은 있지만 전장에서는 힘든 기색을 비추고 중요한 자리에서 조는 등 옆집 사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비춘다. 그 외 전장에서의 수많은 결정들이 조제핀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려진 점이 이 영화가 여느 히어로물과 다른 점이 아닐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은 무언가를 이룩하는 원초적 에너지다. 이 진리를 나폴레옹을 통해 표현하다니! 다시 한 번 대단한 감독임을 입증한다.


<나폴레옹>에 대한 여러 말들이 많다. '재미 없다', '로맨스인가요?' 등의 평이 많지만 나는 나폴레옹과 조제핀에 고감이 많이 되어 괜찮게 봤다. 실제로 사랑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폴레옹이 조제핀에 의해 흔들리고, 조제핀이 외로움에 사무쳐 불순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충분히 이해됐다. 엇갈린 평, 다른 이해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가 '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영웅이라 부르는 이들도 사람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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