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자극, 추억 소환 에세이
늘 공감 한가득한 글과 툰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마스다 미리의 신간 <작은 나>를 읽었다.
마스다 미리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책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읽고 또 읽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읽고 싶어지는 <작은 나>.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작은 나>는 작가의 어린시절을 담백하게 담은 에세이다. "어른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을 잊어버릴까. 그러면 되게 싫겠다." 작가가 소싯적 했던 생각이다. 작은 것도 크게 보이고, 몰랐던 것들을 하나 둘씩 알아가는 어린 시절. 그 소중한 시간들을 성인이 되어 잊고, 잃는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다. 사람인지라 큰 사건이 아닌 이상 모든 걸 기억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또 현재를 살아가다 보니, 어릴 적 일들은 떠올릴 특별한 이유도, 기회도 잘 없다.
그런데 <작은 나>를 읽으며 어린 시절의 작고 귀여운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마스다 미리 덕분에 초등학생 시절의 나를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회에 찌들었기 때문일까. 놀이터, 높은음자리표, 캐스터네츠와 같은 단어들만 읽어도 절로 순수해지는 기분이었다. 읽는 내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의 추억과 닮아 있어서 기분이 간질간질했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접할 때면 늘 드는 생각. 그녀는 어째서 아직도! 여전히! 순수한 걸까. 그래서 부럽다. 어떤 순간도 놓치지 않고 고이 접어 추억하는 섬세함이 부럽다.
<작은 나>는 여닫는 글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각 계절에 걸맞은 짤막한(1~2페이지) 에피소드와 함께 마스다 미리 특유의 사랑스러운 삽화가 소개된다. 책을 펴는 순간 동심의 세계로 입장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문장, 혹은 문단들을 옮겨본다.
개구리들은 파란 머리를 맞아도 아프지 않은 것 같다. 밥을 우물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공기가 밥이구나. 더 많이 먹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캐스터네츠를 쳤다. - 캐스터네츠 中
나는 낮은음자리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높은음자리표처럼 구불구불한 소용돌이가 없어서 시시하다. 그래도 그렸다. 잔뜩 그렸다. - 피아노를 쳤어! 中
개미 왕국의 개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아주 커다란 사람이 나를 위에서 보고 있다면? 쪼그리고 앉은 채 위를 올려다봤지만, 커다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 작은 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