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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덟 단어>

여덟 개의 키워드를 놓고 인생을 논하다


책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 나는 그의 팬이다. 사실, 그를 알게 된 건 불과 2년 전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동생과 함께 들으러갔다가 팬이 되어버린 것. 그 강연에는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강연자로 참석했었다. 소설가 김영하, 문화 비평가 진중권 교수, 심지어 아주 오랫동안 좋아해오던 알랭 드 보통(이 강연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참석했던 이유였다!)까지 내한했었으니까. 한데, 나는 이날 박웅현이라는 처음 알게 된 사람의 강연에 깊이 매료됐다. 첫눈에 반해버리고 만 것(외모 아닌, 생각과 화술)이다. 인문학 책을 펴냈고, 그에 대한 다수의 강연을 진행해왔던 그의 직업은 아이러니하게도 광고인이다. '아이러니'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에는 그렇다, 물론 편견이 묻어있지만 단순히 직업만 놓고 보자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광고는 철저히 상업성을 목표로 제작된다. 그런데, 인문학의 심상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혹자는 '인문학이 밥 먹여주냐'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웅현은 멋있게 대답한다. 인문학이 밥을 먹여주는지는 모르지만, 인문학이 밥맛을 좋게 만들어준다고. 캬! 이런 위트 있는 표현력! 더욱이, 그의 전달력 높은 정확한 발음과 묘하게 끌리는 목소리가 그때 당시 내가 반하게 된 결정적 이유들 중 하나였다.


이후, 나는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그의 책을 주문했다. <책은 도끼다>, 그리고 <여덟 단어>.  이 두 책은, 저자가 강연한 것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치 강연장에서 저자의 언행을 듣고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은 도끼다>는 그에게 도끼자국을 새긴 책들을 기반으로 한 강의를, <여덟 단어>는 젊음 혹은 삶을 대하는 데 있어 그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추려 시작한 강연를 기반으로 한다.


저자가 찾은 여덟 가지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각 키워드에 대한 강의에서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그것들을 바탕으로 한 가치관과 함께 그를 뒷받침할 다양한 격언과 책 속 문구, 시인, 예술 등이 어우러져 있다.


여덟 단어는 각각 소개되지만, 결국 인생이라는 하나의 합집합 속 원소들인 셈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개인의 인생을 부여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가치있게 채워나가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것. 결국, 다양한 키워드들의 핵심은 '자존'에 있는 것 같다. 우선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라는 것! 자존이 있는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름'을 두려워하고, 타인의 인생을 동경하고 좇으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존이 없는 이들이다. 자존이 없다면, 그들이 동경하는 것들을 거머쥐게 될지라도 불행에 빠질 수도 있다.


'자존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웬 호떡집 사장님 이야기냐고요? 그 이유는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 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매우 극단적인 비교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 16쪽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을 꼬집는다. 다름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개인이 지닌 가치를 끄집어 내는 데 좀처럼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뒤에 나오는 챕터 '소통'에서도 문맥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소위 모두가 따르는 스펙 챙기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개인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강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무엇이 '본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본질을 찾는 방법은 다양한데, 저자는 고전에서 그 해답을 찾으라고 한다. 고전은 시대와 세대를 이기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고전이 지니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 대체 그것의 본질이 무엇이기에 작가가 죽고 세상이 변함에도 작품은 이어지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저자는 본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쨌든, 인생은 경험에 의함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같은 경험을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과 결과를 맞는다. 저자는, 見을 강조한다. 수많은 것들을 보지만, 단순히 보는 것 '시청'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견문'하라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발견'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見'은 '제대로 보기'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진짜 을 하려면 시간을 가지고 봐줘야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말을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배우지 않았지만 현명한 사람입니다. 바다가 하는 말이 궁금해서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 119쪽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김용탁 시인이 시 강습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 사과를 몇 번이나 봤어요? 백 번? 천 번? 백만 번? 여러분들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오래오래 바라보면서, 사과의 그림자도 관찰하고,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한 입 베어 물어도 보고, 사과의 스민 햇볕도 상상해보고, 그렇게 보는 게 진짜로 보는 거예요." 매 순간,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그리고 낯설게 보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를 소재로 다룬 챕터는, 필자의 가치관과도 같은 맥락이어서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막연한 미래에 대해, 심지어 죽음에 대해서도 담대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지금, 현재에만 충실한다면 무엇이 두렵겠냐는 말이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살아라, 현재를 즐겨라).' 어떠한 선택을 한 후 그것을 후회한다 한들 소용없다. 선택을 했다면, 그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일만 행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주장은 많은 이들이 펼쳐왔다. 앙드레 지드는 '그대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라고 말했고, 사르트르는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라고 했다. 결국, 인생이란 매 순간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현재에 최선을 다 한다면, 인생의 끝에서 되돌아봤을 때 '최선을 다 한 삶'을 산 격이다. 매 순간을 잘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결국 '見'이다.


소통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간은 소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저자는, 소통을 잘 하기 위한 세 가지 태도를 제안한다. 첫 번째, 다름을 인정하기. 두 번째, 문맥을 생각하기. 세 번째,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생각을 디자인하기. 단순히 회사생활만 따져도 소통으로 인해 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하고, 윗사람이 되어보니 소통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소통을 잘하면 그것만으로 일을 덜 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 180쪽

그리고 '진짜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면, 소통의 영역에서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하라'고 말하는 그다. 이 글을 읽을 때, 왠지 필자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키워드, 인생. 앞서 언급했듯 인생은 다른 키워드들의 합집합이다. 인생에서는 이전에 다뤘던 키워드들과 관련된 문맥들이 모두 등장한다. 결국, 저자 박웅현이 <여덟 단어>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이 존재가 걸어가는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우리가 잘 살아가는 방법은, 'Be Yourself'이다.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책 <여덟 단어>. 수천, 수만 개의 단어들 중 여덟 개를 가지고 사상을 풀어낸 책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올곧게 살아가는 태도를 일러준 고마운 책이다. 다음으로 읽을 저자의 다른 책은 <우리는 누구나 폭탄이다>,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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