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만화 에세이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여성들의 언니!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 어김없이 필자를 즐겁게 만들어줬다. 이번 신간의 제목은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이다.
사실, 작가 마스다 미리는 우리들에게 '수짱 시리즈'로 더욱 친숙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수짱이 아닌 '당나귀' 가면을 쓴 27세 여성 로바야마 로바코이다. 회사에서 상품전단지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당나귀 가면을 씌운 이유는 '꿈꾸는 인물'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 고백한다. 주인공을 소개하는 문구를 옮겨보겠다. '멋진 경주마는 아니지만 언젠가 들판을 달리고 싶은, 꿈꾸는 당나귀. 회의에서의 발언, 직원식당에서의 자리, 노래방에서의 선곡에 신경을 쓰고 여행 뒤에는 직장에 가져갈 선물까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시니컬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많은 직장인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하다 여길 수 있는 소개문이다. 이것저것 신경 쓰고 살아가는 동시에 꿈을 놓지 않는 모습. 이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남성이 더 깊이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이전에 만나왔던 수많은 만화에세이들보다 앞선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처녀작인 것! 그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가 되기 전, 6년 동안 직접 경험했던 직장생활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엮어 낸 것이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이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챕터가 나뉘고, 시작은 여사원들의 유니폼이 바뀌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사 내 주요 인물들 모두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로바야마와 가까이 지내는 두 명의 여사원 스기카와와 리카의 호흡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사에게도 할 말 다 하는 자존감 높은 스기카와, 영업부 최고 미인 리카, 여사원들에게 잔업무를 시키는 맹한 듯 결코 맹해보이지 않는 인턴 사원, 매일 부정적인 신세 타령만 해대는 상사, 전형적인 아저씨 군단의 임원들, 공과사를 철저히 구별하는 새침한 여사원 등. 직장생활을 경험하다보면 꼭 한 두명씩 발견되는 캐릭터들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스기카와와 캐릭터가 비슷하다. 할 말 다 하는 뻔뻔함. 남 눈치 덜 보는 타입. 이렇게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대입시켜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이유는, 단순한 형태를 띠지만 표정과 행동이 섬세하게 묘사된 캐릭터, 공감대를 마구 자극하는 위트 가득한 대사들 때문이다. 여사원들에게 최대의 즐거움을 주는 점심·간식시간을 볼 때면 나도 덩달아 즐거웠고,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싶지만 눈치 보다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로바야마를 볼 때면 안쓰러웠다. 필자 또한 직장인인지라, 공감했던 부분이 많았다. 회사를 관둘까 말까 고민했던 적, 자기계발을 위해 뭘 배우면 좋을까 고민했던 적, 회식이나 야유회 등 단체행사를 할 때 어디에 앉을지에 대한 눈치싸움을 했던 적 등 공감대를 자극하는 부분이 다분하다. 대범한 유형은 아닌 로바야마가 자신의 꿈을 찾고자 과감히 사표를 던진 것에 박수를 보냈다. 결국, 그 대담한 결정으로 인해 훌륭한 만화가가 탄생(로바야마=마스다 미리)했으며, 그녀의 책으로 웃고 공감하는 등 많은 독자들이 힘을 얻고 있지 않은가!
전 부분 컬러로 인쇄돼 이전 작품들보다 읽는 재미가 더해진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그런데, 시키는 일 하느라, 이것저것 신경 쓸 일 많은 여성들의 직장 생활에 왜 '대단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사실, 원제 <OLはえらい>에서 '대단하다'를 의미하는 'はえらい'는(OL은 office lady를 의미), 작가의 고향 오사카에서 '힘들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결국, 이 제목은 매일같이 출근하는 여성들이 대단함과 동시에 힘들기도 하다는 중의적 표현법인 셈이다.
3, 40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던 마스다 미리. 알고보니 그녀는, 20대 직장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덕에, 그녀의 팬이 더 늘어날 듯 하다. 이 시대 모든 여성 직장인들이여! 우리 모두, 고단함이 클지라도 '대단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파이팅! 합시다. 저도 내일을 위해 '대단한 잠'을 청하러 가야 할 시간이네요. :D GOOD-Night! (이 서평은, 밤 10시 25분에 마무리됐다.)
[극 공감글귀]
*꽃놀이 점심
벚꽃 계절이 되면 점심을 회사 근처 공원에 가서 먹는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여사무원들. 주위에서 보기에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이겠지. 하지만 실제로 벚꽃을 감상할 시간은 거의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공원까지 왕복 10분, 도시락 사는 데 10분, 정리하는 데 5분, 식후 양치에 2분, 화장 고치는 데에 5분, 밥을 먹는 시간은 기껏해야 15분 정도다. "벚꽃, 정말 예쁘네~" 모두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바쁘게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 26쪽
*형제
평상시에는 싸움만 해대던 동생이지만, 친척집에 오면 뭔가 동지 같은 느낌이 든다. - 90쪽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하는 블랙퍼스트 회의. 어느 날 텔레비전에 소개된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이거야!" 하고 생각했다. 내 경우 아침을 먹으면서 회의를 해야 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지만, 출근 전에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한산한 전철을 타고 출근, 회사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신문을 훑어본다. 스포츠센터에서 가볍게 수영을 한 후 출근하는 것도 좋겠는데, 등록해둔 스포츠센터는 회사 근처였고,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 나만 노력하면 모두 실행 가능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침이 올 때마다 '그렇게 해서 뭐하는데?' 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결국 출근 직전까지 자버렸다. - 159쪽
*딱한 사람
업무에 무능력한 아저씨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딱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꼭 여직원들에게 잘난 척을 한다. - 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