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에세이 <어른 초등학생>

'그림책과 함께 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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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언니'의 공감 에세이 <어른 초등학생>. 이 책은, 어른인 작가가 어린 시절에 접했던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회상에 잠겨보는 시간을 고백한다. 우리 모두는 어린 아이였다. 그 의미는,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상황을 겪어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림책을 접하긴 했을 테다. 이 책은 '그림책'이라는 소재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공감대를 자극하는 동시에, 우리들에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특히 책을 읽으며 공감했던 바는, 같은 대상을 접하더라도 언제 접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 나는 해석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거나 다르게 이해했던 책의 내용이 작가가 독자에게 바랐던 의미대로 해석할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성장했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사실, 어떻게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어쩌면, 어린 시절에 해석했던 것이 더 순수하기에 빛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모자라고만 생각했던 그림을 다르게 해석한 어린왕자의 시각처럼 말이다.


작가의 전작들을 접한 독자라면, 그녀가 그림책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령, <커다란 순무>라는 책은 <수짱의 연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맙게도)작가의 성찰을 통해 필자 또한 과거를 성찰할 수 있게 됐다.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른이 된 것이지만, 어른이 돼서 할 수 없게 된 일도 있다. 새로운 친구 만들기. 어렸을 때는 반이 바뀔 때마다 몇 번이나 해온 일인데도, 최근의 나는 뭔가 조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술자리에서는 친숙한 사람들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새롭게 세계를 넓히지 않고, 작은 틀 안에서만 머물고 있다. 어른이 됐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무리하고 싶지도 않고…… 따위의 구구절절 변명을 하고 있는 나를, 혼자 팬티를 입을 수 있게 된 '다쓰군'은 비웃지 않을까. - 60, 61쪽' 어른이 되면, 뭐든 어린 아이 때보다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어른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기도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알아가는 게 많아질수록 겁도 늘어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작가가 발견한 또 다른 아이들의 마음. '돌이켜보면, 아이들은 그런 풋풋한 속마음을 그리 간단하게 어른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49쪽' 우리는 아이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여기는 경우도 많을 테다. '역시, 어른들이랑은 대화가 안 돼.' 라고.


누군가와 추억을 나눈다는 것.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현재는 최선을 다 해야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고, 미래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때는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힘들고 괴로웠더라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때는 과거뿐인 듯 하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작가와 즐거운 묵언의 소통을 나눈 셈이다. 독서시간에 대한, 수업 내용에 대한, 가정생활에 대한 수많은 자기고백을 펼쳐낸 작가의 용기 덕분에 필자도 과거와 당당히 마주하게 됐다. 특히, 열렬히 공감했던 바는 괜한 걱정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머리맡에 중요한 것을 놓고 잔다고 가르쳐준 아이가 있었다. 좋은 생각이야. 나도 그렇게 해야지. - 93쪽' '도둑이나 화재 같은 무서운 것을 떠올릴 때마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곧바로 죽음을 연상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화를 냈다. 왜 사람은 죽는 걸까? - 94쪽' '아빠도 엄마도 더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나도 계속 아이인 채, 영원히 이대로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결국은 찾아오게 될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95쪽' 필자 또한 '정확히' 이런 생각을 한 때가 있다. 어느날 부모의 다툼이 컸던 날, 밖으로 쫓겨날지 모를 때를 대비해 중요한 물건을 챙기고 옷을 갖춰입고 침대 위에 누워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막연히 불안한 기운이 들었던 밤에는, 나름대로의 채비를 했던 것이다. 엄마가 아팠을 때는, 그녀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세상 모든 근심이 내 것인 냥 느꼈던 때가 있다. 상상만 해도 부모가 없는 나는 무서웠다. 물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심신의 힘이 약했던 어릴 적 나는 그에 대한 공포가 훨씬 컸다.


이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대를 이끌어 낸 책 <어른 초등학생>. 늘 그렇듯 마스다 미리의 책은 나의 일기장을 마주한 듯 놀라운 기력을 갖추고 있다. 작가처럼 내게 큰 영향을 줬던 그림책은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면, 필자는 위인전을 많이 접했다. 특히 '퀴리부인'에 대한 감동이 컸다. 그래서인지, 내겐 페미니스트 성향이 큰 것 같다(하하). 필자는 지금도 그림책을 좋아한다. 진짜 어린 아이들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그림을 그렸을까,를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 재미있다. 한데, 나의 섣부른 판단이 그림을 그린 사람들과의 의도와 전혀 다를 때 나는 더 즐겁다. 예상 밖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설명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좋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 준 책. '나름' 순수함을 찾게 만들어 준 책 <어른 초등학생>. 사랑스러운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소소한 매력이 일품인 마스다 미리의 책들. 이 책은 특히나 더 소소하다는 것이 필자의 감상이다.




[책 속에서]


<꼬마 나무>를 몇십 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슬픈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은 여전히 두려운 것이다. - 28쪽


초등학교의 '독서' 시간은 한숨 돌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한 시간, 시간표에 '독서'가 있는 날은 학교에 가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했다. - 52쪽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자기 이름의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한 명씩 발표를 했는데 모두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참 좋은 수업이었어, 하고 그리워집니다. - 57쪽


아빠도 엄마도 더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나도 계속 아이인 채, 영원히 이대로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결국은 찾아오게 될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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