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싱글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걸?
늘 독자들의 공감대를 '명중'하는 그녀, 마스다 미리. 위트 가득한 만화에세이가 특기인 그녀의 신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나는, 요즘 그녀의 책들을 다시 꺼내어읽는 중이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수짱(캐릭터)은, 그녀의 책들 대부분에서 주인공이다. 수짱의 지인과 친구들은 단골손님. 그래서 작가의 책들을 접할 때면, 아주 오랜 친구와 재회한 듯 반갑다. 심지어 익숙하기까지 하다. 대개, 신간이 나오면 캐릭터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책을 즐기기 위한 기본 과정인데, 마스다 미리의 팬이라면 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는, 기존의 책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책이다. 이유는 '공감'에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양하다. 그렇다고, 특정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성별은 단연 '여성'! 소재는 사랑이다. 특정 인물을 정해두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30대 싱글녀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기혼자의 사랑(연애)을 기술하지만 대부분의 주체는 싱글녀들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단 하나의 에피소드라 할지라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성은 없을 것이다. 에피소드들은 마치 '비밀 연애일기'를 꺼내보는 듯 솔직하고, 때로는 발칙하다. 유부남과의 연애, 애인이 있지만(혹은 기혼이지만) 다른 남자에게 잠시간 마음을 빼앗기고픈 마음, 애인이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 짝사랑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데이트 전-중-후의 심경을 표현한 글들은 마치 나의 속내를 들킨 것마냥 체온을 상승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페이지도 여백이 가득할 만큼 짧은 글들임에도, 마치 오랜 동성친구와 허심탄회한 수다를 몇 시간은 나눈 듯한 공감대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무릎을 탁! 고개를 끄덕끄덕!하다보면, 당장이라도 절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어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그만큼, 내게는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가 큰 공감대를 선사한 책이었다.
아래, 책의 글들을 옮겨봤다. 사실 모든 글들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기에 아래 만큼만… (사실, 이 정도도 상당한 양이지만 공감한 바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을 추스를 수 없었다.)
이미 어른이 된 지 오래지만 새로운 남자와의 첫 데이트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데이트처럼 긴장된다. 집을 나서기 전에 공들여 준비를 마치고도 만나는 순간까지 준비는 계속된다. (…) 그리고 마침내 약속 장소에 섰을 때, 그 무안할 정도의 떨림에 과거 경험 따위는 눈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15
"아 그래?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 다시 전화할게."
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 고작. 집요한 여자로 보이면 안 되기에 최소한 5일 이내에는 다시 전화도 할 수 없다. - 17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다면 이렇게 애태울 일도 없을 텐데.
스스로는 포기하지 못하고 그가 사라져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 19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그의 모습, 보고 싶지 않다. 비어있는데도 들어갈 수 없는 짝사랑보다 이미 정원초과인 짝사랑이 낫다고 생각한다. - 25
한가해서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보고 싶으니까 보고 싶은 것이다. - 27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늘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 남자의 시간에 맞춰 살고 있는 자신을 때로 한심해하면서 그러면서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그 남자를 놓치면 더이상 다음이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 - 33
아무리 작은 것에도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랑인 것이다. - 35
그가 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월차를 내서라도 달려가는데. 보고 싶다고 말해준다면!
갑작스런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은 그의 일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절반, 남은 절반은 기뻐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 57
첫 데이트로 드라이브만큼 편안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한지, 성실한지, 눈치가 있는지, 제멋대로인지, 자동차와 음악의 센스. 풍경과 대화를 즐기면서, 남자를 평가하는 것도 즐기고 있다. 단지 평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망스러운 부분이 크다면 데미지가 적은 '초기'에 포기하는 편이 낫다. 실망의 정도에 따라서는 타협도 가능하다. 이상적인 애인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 93
사랑하는 남자와의 여행.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평상시보다 넉넉하게 주어지는 시간. 이제 막차 시간이네, 하고 가게를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107
내가 차버렸던 남자가 지금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다. 문자해볼까.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조금 쓸쓸하기 때문. 조금 쓸쓸하고 조금 한가하기 때문. -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