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몇 해 전의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여생 동안 만나지는 못해도, 늘 기억 한 켠엔 확연히 존재할 그 사람.
그 사람은 내게 참 많은 영감을 줬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었고, 진정한 대화가 무엇인지 몸소 알려준 사람이었으며,
좋은 음악, 영화, 글들을 공유해 준 사람이다.
나는 그를 존경했던 것 같다.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엔 쑥스럽고 어리숙해서 나는 그보다는 거리감이 있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택해본다.
그가 알려준 것들을 학습했고, 더 많은 시간 동안 풍부한 소통을 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와 나누는 시시콜콜한 담소에서부터,
제법 깊은 문화, 정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대화 소재들이 하나하나 기억될 만큼 나는 그와의 기억들을 좀처럼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와 깊은 애정관계를 나누지 못헀던 나는,
그로 하여금 '이런 감정이 사랑이구나'를 자각했었고, 그래서 이별의 통증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참 바보같았던 것이,
이별 후에도 나는 그와 여전히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여전히 이전의 대화들을 나 홀로 나누고 있었다.
함께 듣던 음악, 함께 갔던 공간, 함께 읽었던 글귀들을 한참동안 되뇌이고, 더 깊게 새겼었다.
매일 밤, 그의 꿈을 꿨고, 잠자리는 미치도록 불편했다.
늘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내 속의 진짜 나는 오히려 그와의 애착력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짜 사랑은 가혹하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