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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가지 색: 블루>

줄리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

영화 <세 가지 색>은,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프랑스의 국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 블루·화이트·레드 각 색에 맞는 주제를 구성한 후 제작한 연작이다. 그 중 '블루'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블루의 주제는 '자유'이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은 여인 줄리가 지난 삶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삶을 되찾으면서 자유를 찾아간다는 맥락의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줄리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실감과 함께 자신만 생존했다는 데에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녀는 유명 작곡가였던 남편을 둔 명성 있는 가족의 일원이었지만, 그녀만의 공간(파란 방)은 우울감을 안고 있었다. 영화에서 블루가 나타내고자 했던 상징은 '자유'이지만, 이 색이 지닌 또 다른 상징성에는 '우울'도 있다.



줄리는 어떻게든 슬픔을 극복하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가하면, 엄마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줄리의 내면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거주하기로 결심한 아파트에서 창녀와 가까워지고, 그녀의 위로에 안도감을 찾아간다. 줄리를 둘러싼 환경은 고통과 우울 그 자체다. 영화는, 줄리의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 독한 마음을 품는 듯 보이지만 내면 깊이 뿌리박힌 아픔을 이겨내고자 스스로 살갗에 생채기를 내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산 자는 살아나가야만 한다.


줄리가 선택한 슬픔 극복법은, 오히려 과거의 슬픔을 더 짓눌러 터트리는 것. 나아가 과거의 모든 것들을 용서하고 구원하는 것이었다. 우연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줄리는, 남편의 연인을 찾아가고 그녀가 임신 중임을 알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줄리는 남편의 집을 주고 남편의 이름을 태어난 아이에게 그대로 붙여줄 것을 당부한다. 더하여, 원치 않았던 남편의 유작 완성을 스스로 해낸다. 줄리는 남편의 모든 공사(公私)를 마무리짓는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게 될 자유를 획득한 셈이다. 물론, 영화가 줄리의 앞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잘 살아나가리라 믿는다.



이 영화는 특히 '음악'이 인상적이다. 이 음악은, 시종일관 이어지는 숙연하고도 음울한 공간과 캐릭터들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감독이 의도했던대로 상징성 다분한 색의 활용도와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의 조화가 예술성을 드높인다.  제 5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던 영화 <세 가지 색: 블루>는, 오는 6월 2일. 국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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