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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 스트리트>

처음, 그 서투름과 재기발랄함에 대하여


제목 그대로 길에서 노래하는 청춘들의 삶을 그려낸 영화 <싱 스트리트>. 이 영화는 길 위에서 꿈과 사랑을 발견하고 이어나가는 방식의 이야기를 즐겨해오던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어 <싱 스트리트>가 완성되면서,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이 완성된 것이다. 모든 영화들이 다뤄왔던 소재인 사랑.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 없이 등장한다.


주인공 '코너'는 전학 간 학교에서 연상의 여인 '라피나'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끌리듯 그녀 앞으로 다가선 코너는, 자신이 밴드 활동을 하고 있고 뮤직비디오에 그녀가 여주인공으로 활동해주길 바란다는 즉흥적인 제안을 한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벌린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친구, 밴드이기 때문에 한 명쯤은 있어줘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섭외된 흑인 친구, 우연히 밴드 결성 공고를 보고 찾은 친구들. 이렇듯, 백지 상태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일념으로 일궈낸 밴드는 점점 그들만의 색깔을 찾아나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여곡절을 거쳐나가며 성공적인 공연을 일궈낸 밴드. 이들 밴드의 성장 과정은, 영화의 배경이 된 사회의 모습, 그리고 청춘의 성장기를 상징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의 아일랜드는 경제 공황이었다. 그 사회에 귀속된 코너의 가정 역시 다양한 이유로 분열 위기에 처한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모는 매일같이 다툼이 오가고,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하고자 대학을 관둔 형은 불만 투성이다. 여동생도 매일같이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원하는 다른 꿈이 있는 듯한 눈치다. 코너가 전학 온 학교 역시 문제다. 엄격한 교칙과 강압적인 카톨릭 학교는 코너의 숨통을 조여들게 만든다. 이런 암담한 환경에서 코너를 위로해주는 원동력은 음악과 사랑이다.


답답한 속마음을 노랫말로 표현하고 공연을 통해 화끈하게 분출해내는 코너. 그가 밴드 이름을 '미래파'라 이름 붙인 것 역시, 현실의 암담함으로부터 해방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특히나, 자신에게 폭력을 행한 선생(신부)에게 조롱 섞인 노래와 퍼포먼스로 제대로 복수를 하는 신(scene)에서는 묵은 때를 씻어내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싱 스트리트>가 코너의 불만들을 표출하는 노래(공연)들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가 밴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인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칫 공연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르며 제인을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코너. 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꺼내보인 용감한 소년, 코너. 서투르고 어리숙하게만 보였던 코너가 낭만적인 남자로 보였던 순간이다.


음악으로 꿈과 사랑을 표현하기를 멈추지 않는 존 카니 감독. 전작들에 비해 <싱 스트리트>에서는 더 많은 사랑들이 등장한다. 코너와 라피나의 사랑 뿐만 아니라, 코너와 그의 형 간의 형제애도 두드러진다. 실제로 존 카니 감독은 그의 형이자 뮤지션이었던 짐 카니로부터 음악적 영감과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짐 카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반영해낸 <싱 스트리트>의 완성작을 감상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래서 영화의 엔딩 신에서는 '이 세상 모든 곳의 형제들에게'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코너와 라피나가 거센 비바람을 맞서며 나아가는 배에도 'Jim'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렇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첫사랑을 담은 동시에 형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싱 스트리트>의 코너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진정한' 음악인이다. 암담한 현실 위에서 온갖 폭력과 불안으로 뒤엉켰던 한 소년이 첫사랑을 경험하고 음악에 열정을 가하면서 '진짜 꿈'을 찾아가는 여정. 어쩌면,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들 중 가장 어린 소년이 주인공이었기에 강렬한 캐릭터가 탄생된 건 아닐까. 지낼 곳도, 아는 사람도, 모아둔 돈 한 푼도 없이 온갖 장애 요소를 뚫고 나가는 코너와 라피나. 하지만 그들은 분명, 그동안 흘렸던 뜨거운 눈물 그 이상의 열정으로 잘 살아갔을 것이다.


사랑과 꿈을 향한 열정을 '노래하는' 감독,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는 이번에도 '성공'했다.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배고픈 시대상황을 영화의 배경으로 적절히 끌고 왔다는 점에 있다. 장면마다 감독의 세심함이 두드러진다. 시대를 반영하는 의상과 당시 유행했던 음악풍들이 속속들이 배어있어, 그것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서투름과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밴드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흥겹게 만들어 준 기적 같은 영화 <싱 스트리트>. 개인적으로 현재까지의 존 카니 감독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다,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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