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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 투 비 블루>

욕망과 낭만을 담은 시(詩) 한 편 같은…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미국의 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의 일부를 다룬다. 천재적인 재능을 부여받았지만 마약에 절은 그는 일찍이 망가진 삶을 경험한다. 그랬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영화에 직접 작업하면서 재기를 희망한다. 희망을 이루고자 하던 곳에서 그는 더 빛나는 빛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영화에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제인이다. 이때부터 영화는 로맨스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필자는 사실, 작품을 접하기 전 간단한 정보만을 알았을 땐 전기 영화의 색이 짙을 걸로 예상했다. 즉, 쳇 베이커라는 인물의 천부적인 재능과 수많은 우여곡절,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됐는가 등에 대해 집중 조명될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것들에서 조금 벗어나 인물의 '사랑'에 보다 집중한다. 물론, 쳇 베이커 삶의 일부를 설명하지만 영화를 메우는 대부분의 힘은 사랑이다.


쳇 베이커는 크게 세 가지를 욕망한다. 먼저, 트럼펫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고, 더군다나 쳇 베이커는 트럼펫 연주를 사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약에도 중독돼 있다. 그는 마약에 절은 상태에서 더 멋진 연주가가 된다. 그에게 있어 마약은 트럼펫 연주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 관념이 바뀌게 된다. 바로 '사랑에 중독'되면서부터다. 제인은 쳇 베이커가 마약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열렬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제인은 쳇 베이커의 생약 같은 존재다. 밑바닥 삶을 경험했던 쳇 베이커가 제인을 만나 점진적인 재기를 해나가는 과정은 여느 낭만적인 영화들보다 더 감동적이다. 특히나, 쳇 베이커가 연주하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농염한 트럼펫의 선율과 제인의 피아노 연주의 조화는 가히 감동적이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모든 것을 잃었던 쳇 베이커의 삶이 변화되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그에게 혀를 내두르던 사람들조차 그의 변화에 축복해줬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마약보다 강렬했던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쳇 베이커는 또다시 나쁜 원동력에 의존하고 만다. 재기를 위한 무대에 오르기 전,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의 재기 의욕에 못지 않게 제인에게도 배우로써의 성공 의욕이 있다. 애석하게도, 쳇 베이커의 무대와 제인의 오디션 일정이 겹쳐버렸기에 슬픈 결말로 치닫게 된 것이다. 뒤늦게 쳇 베이커의 공연을 감상하게 된 제인은 그가 마약에 손 댔음을 직감하고 만다. 이로써 트럼펫 밸브링으로 서약했던 그들의 결혼은 자연스럽게 깨지고 만 것이다.


영화는 'Born to be blue'라는 상징적인 제목을 온갖 낭만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감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파랑(blue)은, 우울과 슬픔을 상징하는 동시에 낭만과 희망, 자유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영화는, 쳇 베이커의 삶 일부를 떼어내 이 모든 요소들을 보여준다. 영화가 선택한 시기는, 쳇 베이커의 삶에서 가장 빛났던 때였을 것이다. 잿빛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가장 찬란했던 한 시기. 암담했던 시절을 극복했던 빛나는 시기를 낭만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본 투 비 블루>. 서정적 낭만과 어우러진 작품인 만큼 많은(특히, 러브)신에서 심박수가 빨라짐을 경험했다. 


귀로 듣는 낭만은 물론, 잿빛 위에 수놓인 은은한, 혹은 강렬한 블루빛의 농담(濃淡)이 시각적 미학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본 투 비 블루>는 낭만을 위해 탄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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