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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베라는 남자>

우리를 살게 하는 기적은 역시나 '사랑'이다

후회는 늘 때를 놓친다. 좀처럼 제시간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소중한 가치들은 꼭 그것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할 때 깨닫게 된다. 아직 죽음의 문턱을 오간 적은 없지만, 듣고 보고 읽어왔던 것들에서 늘 한결같이 나오는 맥락. 인간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수많은 후회에 휩싸인다는 것. 인간은 결국 죽음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래서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개인에게 주어진 생을 알차게 살아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 소중한 시간들의 가치를 쉽게 망각한다. 이에 대해 '난 절대 아니다'라며 반박할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도 완전히 삶을 향유했다고는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치열하게 일을 했다거나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재산을 쌓아두는 데 열중했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죽음 앞에 이르러서도 후회없는 행복이었다고 말한다면 그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음을 인정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의 잣대는 무엇일까. 사실, 이 논점에 잣대를 둔다는 자체가 인간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개인에게 있어 행복의 가치는 다르다. 행복을 느끼는 소재도 다르고,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누군가는 만족하고 나아가 행복을 느끼는 반면, 누군가는 불만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마도)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공통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게 된 것도 사랑에 의함이다. '인간'이라는 뜻도 타인과의 접촉이라는 것과 이어져 있고, 우리는 늘 사랑을 갈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범죄들의 원인들도 깊이 들여다보면 사랑과 연관돼 있다. 타인의 무관심이나 배신 등의 저변은 사랑이다. 이렇듯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코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 역시 사랑 때문에 죽(으려)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온 그는 스스로 자신을 삶을 마감하기를 결심한다. 생애 가장 찬란할 때 가장 암담한 경험을 했던 그는 세상사에 지긋지긋함을 느껴왔었다.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떠나고자 할 때마다 그의 계획을 깨부수는 이웃들. 오베는 그들을 방해꾼에 성가신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점진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고집불통인데다 타인과의 소통에 낯설었던 오베. 그는 결국 사랑의 가치를 죽음 앞에서 재발견하게 된다. 물론 가족은 잃었으나, 이웃 공동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서면, 생애 모든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한다. 다행히, 오베는 병이나 사고로 인한 진짜 죽음을 맞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직장 등과 함께 살아갈 이유마저 상실했던 한 남자가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오베라는 남자>.  삶에 던져지는 수많은 과제,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상실들에 대해 직시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에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더불어, 캐릭터 자체가 지닌 사랑스러움과 딱한 상황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유머 코드가 더해져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을 고루 갖춘 작품이기에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영화다. 사실, 영화는 앞선 이야기들 외에 수많은 사회적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시되고 있는 이기주의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기타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제도와 편견 등에 대해서도 세밀하지는 않지만 언급하고 있다. 그야말로 '북유럽스러운' 작품! 휴머니즘 가득 품은 훈훈한 할아버지, 오베. 그의 (괴팍해보이지만) 낭만적인 인생 이야기를 통해 많은 걸 성찰하고 배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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