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나는 여자를 업신여겼지만, 아무리 해 봐도 아가씨는 업신여길 수 없었습니다. 내 이론은 그녀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녀에 대해 거의 신앙에 가까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종교에만 쓰는 이 단어를 내가 젊은 여성에게 쓰는 것을 보고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가씨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가씨에 대해서 생각하면 고결한 기분이 금방이라도 나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약 사랑이라는 이상한 현상에 양쪽 끝이 있어서 그중 높은 곳에는 신성한 느낌이 있고 낮은 곳에는 성욕이 있다고 한다면, 나의 사랑은 분명히 그 높은 지점에 이르러 있었을 것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나는 인간이니 육체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를 보는 내 눈이나 아가씨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전혀 육체 냄새를 띠고 있지 않았습니다.
- 책 <마음> 227, 228쪽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