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이후, 여자는 성장한다.
우리는, 어떠한 역경을 뛰어넘을 때 한 뼘 더 성장한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특히,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더 큰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고 들었다(필자는 아직 미혼이므로). 영화 <해피 이벤트>는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없이 달콤한 로맨스에서 출발해 현실적인 드라마로 이어지는 이 영화. 프랑스영화 답게 다분히 직설적이다. 철학을 전공하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바바라'는 '니콜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얘기 나누고 웃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했던 둘. 아이를 갖게 되고, 부부로까지 관계가 이어진다.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둘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갑작스럽게 모든 상황이 바뀌어버린 바바라는, 사랑과 축복의 산물들을 불행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해피 이벤트>는, 한 명의 여자가 부인과 엄마가 되면서 일어나는 상황과 바뀌어가는 심경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임신 후에 겪는 우울한 상황, 바껴버린 남편과의 관계성, 출산의 고통과 전쟁 같은 육아의 부담이라는 성장통은 지나치게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자 하는 바바라는 논문쓰기에 도전하지만, 결국 실패로 치닫고 만다. 바바라가 결혼 전 상상했던 결혼 이후의 행복할 것만 같은 모습들은 그야말로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행복할 '듯' 했던 상상의 '현실'은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환경을 시작했고 가장 원했던 아이를 갖게 됐음에도 바바라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긴다. 니콜라스와 함께라면 어떠한 두려움도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결국 그의 탓을 하고있는 형국이다.
흔히들, 사랑은 행복과 낭만 등과 결부시킨다. 사랑은 온갖 기적의 원천이다. 물론, 이 지론 또한 맞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해야만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고통도 감수할 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를 갖게 되면서 불어난 몸, 우울증 등은 여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쁨, 즐거움이 행복의 모든 이름은 아니다. 우여곡절 한 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고통과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행복의 달콤함을 더 크게 만끽할 수 있는 법이다. 삶 속에 스며있는 다양한 경험과 심정들로 하여금 우리는 결국 성장할 수 있다. 치열하게 아프고 슬펐던 순간을 보내고 난 후, 우리는 분명 유연하고 낭만적인 순간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혹은 의도적으로) 겪게 되는 현실. 그 현실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행복을 발견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