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공감 안 하고 못 배길걸?
마스다 미리. 그녀는 내겐 언니 같은 존재다. 물론, 그녀와 나는 일면식도 없다. 심지어 그녀는 나의 존재도 모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언니는 내게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다. 공감과 위로의 귀재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마스다 미리의 팬들이 그녀를 그렇게 여길 것이다. 글과 그림만으로 많은 여성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맞장구를 치게 만드는가 하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그녀. 나는 그녀의 책들을 모두 접했고, 다른 시공간에서 다시 접하기도 한다. 많은 책들 가운데, 특히 '여자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 바로 <여자라는 생물>이다.
제목만으로도 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작품. 이 호기심은 여자를 잘 알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책의 띠지에는 '처음으로 생리를 시작했을 때 이제 여자가 되었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리가 끝날 때도 역시 이제 여자가 아니게 되었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앞표지에는 여자라는 생물,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더욱 담담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냥 '사실'일 뿐이지." 그렇다. 우리가 여자라는 것은, 태초에 정해진 것이었고 이 생물로 탄생했으니 여자라는 존재, 신체적 특징과 마음의 온도나 기울기, 사회적 시각들에 대해 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저 나와 우리가 여자라는 것은 성별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작가의 '솔직함'에 있다. 그녀의 경험들로 채워진 내용들이지만, 그 경험은 비단 그녀의 것만은 아니다. 나,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의 공감을 자극할 만한 추억거리들이 가득하다. 제목처럼, 여자라는 '종의 집단'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음직한, 경험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이 <여자라는 생물>이다. 홍미로운 점은 성(性)적인 이야기도 여과없이 위트있게 표현해낸다는 점이다. 더불어, 여성의 나이듦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작가 스스로도, 마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장 중'이라며 고백한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결혼과 출산(아이)에 대해 고민 중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작가와 같이 (물론, 소재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고민과 성장을 위한 행위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생이 종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경험한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것인가에 따라 발전하거나 퇴화될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작가 개인의 에세이인 동시에 독자들의 성장을 고무시키는 계발서이기도 한 셈이다.
책을 통해, 작가와 더욱 친근해진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앞날에 대한 긍정적인 앞날을 위한 동기부여도 받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이, 내가 마스다 미리를 '정신적 지주'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녀의 글은 솔직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거기에 재미와 위트까지 갖추고 있다. 만화가이기도 한 그녀의 에세이에는 만화들이 존재한다. 만화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책의 즐길거리를 더해준다. 즐거움과 사색거리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여자라는 생물> 덕분에 나 또한 한 뼘 더 성장했다. 여자라는 생물들 모두 '힘내요'!
[본문에서]
뱃살은 물론 어깨결림이 심해졌네, 피부가 건조해졌네, 기미가 늘었네 그런 얘기만 하는 어른들을 그동안 차갑게 보았지만, 막상 우리가 해보니 가벼운 자학도 즐거웠다.
-p. 55 중에서
단 하룻밤의 여행이어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경험양이 전혀 다르다. 낯선 거리의 풍경, 낯선 거리에서 듣는 사투리, 낯선 거리에서 먹는 저녁밥. 새로운 경험으로 문든 떠오르는 카피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지식이라는 의미에서 '많은 책을 읽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p. 67 중에서
세짱(세스코)은 <주말엔 숲으로>라는 만화에 조연으로 등장한다. 여행사에 다니는 여성으로, 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평범한 사람.
-p. 82 중에서
본격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있는 파스타를 몰랐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째서 여자가 바나나를 덥석 베어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지 어른들의 진의도 몰랐다. 구운 바나나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디저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어른이 된 뒤에야,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p. 107 중에서
옛날에 미인이었던 사람은 불행하다. 그런 말을 어딘가에서 읽은 것 같아, 어느 책이었지 하고 책장을 마구 뒤졌지만, 찾지 못햇다.
귀엽다, 예쁘다, 하는 말을 계속 들어온 사람도 언젠가는 늙어서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은 날이 온다. 그만큼, 상처도 클 것이다.
-p. 132 중에서
그 무렵의 나는 엄마가 부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아버지처럼 멋있는 남자는 또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부인은 '엄마'다. 엄마를 이길 수는 없다는 걸 알고, 나는 동생을 라이벌로 삼았다. 걸핏하면 나와 동생 중 누가 더 좋으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p. 139 중에서
늙어간다는 것은 모두 첫 경험. 그것은 어딘가 허무하고 쓸쓸한 기분. 그럴 때, '몇 살이 되어도 여자로 있고 싶다'라는 말은 우리의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p. 152 중에서
아버지와 엄마와 나와 여동생. 4인 가족이었던 우리 집. 줄곧 여자 3명 대 아버지의 구조였지만, 요즘은 아버지와 내가 같은 교실이 될 때도 있다. 아버지와 나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동지다. 둘이서 엄마와 여동생이 있는 교실을 밖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 p. 17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