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함을 감출 수 없는 작품
엉뚱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강렬한 인연. '주드'와 '미나'는 밀폐된 화장실에서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다. 이윽고 임신까지 하게 된 미나. 갑작스러운 임신 이후로 주드와 미나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임신 중임에도 먹을거리와 거리를 두는 미나. 빈약한 영양 상태로 인해, 아기의 출산에서부터 난항을 겪는 그녀다. 하지만 문제는 갈수록 심화된다.
태어날 아기에 대해 '인디고 차일드'라는 점쟁이의 말에 흥분하는가 하면, 현대의학을 의심하며 아기의 열이 올라도 병원을 찾지 않는 미나. 외부와의 접촉을 끊는데다 아기에게 직접 재배한 채소만 먹인다. 영양 부족으로, 성장이 거의 멈춘 듯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아기. 주드는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나 몰래 병원을 찾아 신체 상태를 점검하고 아기에게 고기를 먹인다. 그 모습을 본 미나는 분개하고, 주드와 미나의 관계는 더욱 어긋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묘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주드와 미나가 서로를 경계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아기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한없이 사랑했던, 낭만적인 고백에 눈시울까지 붉혔던 남녀가 이제는 서로를 의심한다.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남녀는 아기라는 실체를 중앙에 두고 가슴 아픈 투쟁을 벌인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의 존재가 온전히 자라나지 못하는 모습. 아기는, 사랑은 줄어들고 증오만 커져가는 부부의 증표와 다름 아니다.
아픔의 정도가 짙어지는 <헝그리 하트>. 결국 영화는 충격적으로 결딴난다. 주드와 미나. 둘 '잘못'한 이는 누구일까? 영화가 이끌고 가는 주 소재는 육아의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개인의 환경에 대한 결핍과 욕망이 존재한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읜 후, 아버지와의 관계도 석연치 않은 미나는 '가족애에 대한 결핍'을 안고 살아왔다. 그에 대한 집착이 육아 방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과잉보호를 넘어선 집착에 가까운 모성애는 타인의 시선에서는 광기와 폭력으로 보여질 수 있다. 주드가 아기를 살려내기 위해, 어머니의 집으로 보내는 상황은, 미나의 가족애에 대한 결핍을 최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이렇듯 영화는 묵직한 속도로 관객들의 내면을 짓눌러가며 미스터리 요소를 확대시켜나간다.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는 것은 사랑 만큼이나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가족끼리 무슨 희생이냐'라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바꿔나가면서까지 구성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분명 희생이 따른다.
결국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헝그리 하트'는, 주드와 미나의 허기진 내면을 상징한다. 식욕의 허기보다 더 가슴 아픈 건 마음의 허기다. 엔딩신의 배경이 되는 강렬한 태양광이 내리쬐는 바다 풍광은 감격할 만큼 아름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헛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다. 삐쩍 마른 미나의 몸, 좁고 폐쇄된 공간을 더 좁아보이게 만드는 왜곡된 앵글 등 다양한 상징성이 깃든 <헝그리 하트>.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극장을 빠져나온 후에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동시에,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버린 엄마의 모습을 그려낸 몇몇 작품들도 떠올랐다. <해피 이벤트(A Happy Event, 2011)>,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등과 같은 작품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