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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커피 한 잔이 건넨 기적


일본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온전히 안고 있는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8년 전 실종됐다는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아버지와 함께 지내던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공간에서 카페를 연 미사키. 카페 주변에는 이전, 민박을 운영했던 싱글맘 에리코가 딸(아리사), 아들(쇼타)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사키와 에리코, 아리사와 쇼타는 결핍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부모의 부재 안에서 그리움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미사키. 남편의 부재로부터 오는 외로움과 경제적 빈곤을 안고 살아가는 에리코. 부정(父情)은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돌볼 형편이 못 되는 엄마로부터도 애정의 결핍을 느끼는 아리사와 쇼타. 심지어 아리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받는다. 이들 모두의 상황은 어쩌면 제목처럼 '세상의 끝'에 선 것과 다름 아니다.


아리사와 쇼타에게 연민을 느껴 도움을 손길을 건네는 미사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에리코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를 의심하고 냉대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들 관계의 폭은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한다. 에리코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미사키. 미사키의 제안을 에리코가 받아들이면서 얼어붙었던 에리코의 마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리던 미사키에게 절망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순간, 그녀 역시 내면의 동요를 느끼기 시작한다. 급하게 카페 폐업을 결정하는 그녀. 하지만 에리코는 카페에서 미사키를 기다린다. 예상했겠지만, 미사키는 다시 자신의 카페를 찾는다. 분명, 카페와 미사키, 에리코, 아리사와 쇼타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땅끝마을에서 세상의 쓰디쓴 풍파를 겪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커피 한 잔이 주는 행복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이뤄낸 기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를 지배하는 푸른빛은, 우울과 희망 모두를 아우른다. 결핍을 채워주고 상처를 위로하는 영화인 동시에 그리움과 기다림의 메시지도 안고 있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작품 위로 흐르는 기타 선율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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