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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위트가 뒤섞인
흥미로운 실화영화 <클랜>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


작품 속 '클랜(집단)'은 범죄가족을 의미한다. 이기심으로부터 파생된 폭력. 이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공직에 몸담고 있는 아버지는, 돈 때문에 부자 가족의 일원을 납치하여 감금한다. 협박과 폭력에 이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사건. 더욱 충격인 것은, 이 사건에 가족 모두가 동참한다는 것이다. 막내 딸을 제외한 나머지는 납치, 살인사건의 공범이 된다. 이 범죄가족은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옮기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팀워크를 자랑한다.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다. 총 네 번의 사건을 감행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19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겉'으로 봤을 때 아무런 탈이 없어 보이는 이 가정의 '실체'는 그야말로 잔혹하다. 공무원 아버지, 내조력 좋은 어머니, 잘 나가는 럭비 선수 아들, 그리고 그 외 아들들과 딸도 화목하게 지낸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를 일삼고 있는 악(惡)의 집단이었던 것이다.



아버지 아르키메데스는 가장 악랄한 인물이다. 물론,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타인을 악용하는가 하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기심이라는 무기로 타인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그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인물이다. 심지어, 아들들에게 자신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갖은 폭언을 행사한다. 가장 이기적인 냉혈한이다. 알렉스를 포함한 두 명의 아들들은, 죄책감을 느껴 도피와 자살까지도 행하지만, 아르키메데스에게는 좀처럼 그런 기색이 보여지지 않는다.


<클랜>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잔혹하고 암울한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이지만,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그다지 어둡지 않다. 바로 '음악' 때문이다. 당시를 상징하는 흥겨운 풍의 음악을 씀으로써, 푸치오 가족의 내외면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감독은 시대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사용했다고만 답했지만, 필자는 이 음악을 사용함으로써 영화가 단순히 사실을 재표현하는 것을 넘어, 조롱과 풍자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느꼈다.


뒤통수를 한 방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들이 연이어지는' 후반부가 특히 인상적인 영화.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겉과 속의 이질감을 직설과 조롱을 조율해가며 담아낸 <클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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