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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짐작보다 따뜻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한 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작품

상처가 아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처의 골이 깊을수록 시간과 노력의 공(功) 역시 비례해야 한다. 영화 <짐작보다 따뜻하게>에서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엄마(은경)가 주인공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홀로 키워오던 아들을 잃은 엄마는, 그 충격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녀는 과거에 살고 있다. 아들과 함께 숨쉬었던 시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마음은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괴롭힌다. 엄마의 생활에서 여전히 실존하는 아들. 따뜻한 체온이 있을 리 없는 그녀의 집은 냉기가 감돈다. 그 냉기를 중화시켜 줄 따뜻함이 절실해 보인다.


그녀의 시간은 타인의 그것과 다르다. 그녀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지인들은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다. 직장 동료들은 불안과 연민으로 그녀를 돕고, 끝내 이혼한 전 남편도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을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어쨌든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물론, 힘들겠지만, 어쩌면 평생 회복할 수 없겠지만 살아있는 자는 슬픔을 극복하여 자신의 삶을 되찾아야만 한다.


결국, 그녀를 회복시켜주는 주된 힘은 '관계'다. 영화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남은 가족들과 함께 위로하며 극복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그 외 사람들도 치료제 역할을 하지만, 슬픔의 감도(感度)가 동병상련에 처한 가족 만큼 깊을 수는 없다.


산들바람이 부는 고요한 제주도의 풍광 위에서, 남편의 애정과 위로를 받으며 슬픔을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그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삶을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힘을 내기 위해 밥을 차려 먹는 엔딩 신은, 감상자들을 안심시킨다.


이 영화는 비순차적 편집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은경의 '조각'난 생활과 기억의 편린들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오가는 시간의 파편들로 인해 감상자를 불안에 빠트린다. 충격과 슬픔의 사고와 고통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잘 활용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지닌 온도는 따뜻하다. 결국, 효과적인 위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전한다.


인간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또한 극복해야만 한다. 물론, 아무리 학습과 경험으로 단련된다고 해도 타자의 죽음을 새로이 경험할 때에는 슬프고 아프게 마련이다. 이러한 우리 모두에게, 영화 <짐작보다 따뜻하게>는 위로가 되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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