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에 내 생각 얹기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 평정을 잃고 방방 뛸 때가 많지만
서른이 넘었으므로 이내 괜찮은 척, 기다리는 척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뭘 하는 척해야 하나?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서는?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 책《소란》41쪽(박연준 산문집/북노마드)
서른의 내가 서른에 대한 글을 대하니 예상 외로 낯설다.
나의 나날들과 타인들의 서른 즈음의 풍경들이 달라서겠지.
사실 우리는, '-대'라 불리는 때 이전이면 다른 때보단 꽤 많은 생각을 하는 듯 하다.
불혹, 지천명, 환갑, 고희…. 왠지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는 듯하기 때문일까.
우리는 불명확하지만, 자신의 이름에 대한 책임이라는 걸 은연중에 품고 살아간다.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사실 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대'를 맞이한 건 서른이 처음인 것 같다.
특히, 20대가 되는 건 마냥 좋았다. 어떠한 생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뻤다.
진정한 나를 찾은 듯한,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감시로부터의 자유. 단지 이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학생의 신분에서부터 직장 생활,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연애를 거듭하고 완전한 홀로서기를 경험했던 나의 20대.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서른을 맞기 이전에는 괜한 설렘이 나를 둘러쌌다.
사실, 서른 이전, 나는 많은 생활들을 급 전환했다.
다니던 직장을 관뒀고, 친구 한 명 없는 곳에서 부모와 지내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면을 지닌 나는, 20대 때 채워왔던 다양한 파스텔화들 위에 두꺼운 백지를 올려뒀던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새 출발이라는 건 이미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켜켜이 쌓아 온 나의 과거들은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휘발될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서른이 되고, 삼십대가 시작됐다고 해서 내 삶의 큰 변화는 없었다.
큰 변화를 경험했다면, 이전 삶들에 대해 좀 더 깊이 반성해야 할 성싶다.
작지만 다양한, 다양하진 않지만 깊고 풍부한 경험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대'가 시작됐다고 해도 크게 두려워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위에서 발췌한 《소란》속 글에서, 저자가 강조한 글에 나 또한 적극 동의하는 바다.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 새로운 시기를 맞는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늘,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깊은 생각을 해야만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척(을 하면, 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말이 있다)'은, 행복이다.
행복한 척, 즐거운 척. 이런 척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즐겁다.
이전의 시간들을 보내는 데 있어,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현 시점 이후로의 나의 시간들은 보다 밝은 미소로 나와 작별할 수 있기를!
- 2016년 7월 4일. 비소리가 소란한 아침, 책 '소란'을 읽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