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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진상? No! 국민진국 김혜수! 영화<굿바이 싱글>

성장영화, 버디영화, 가족영화 등 다양한 장르색을 갖춘 작품

우월한 그녀, 김혜수가 '국민 진상'이 되길 자처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철없는 사고뭉치 역할을 맡은 김혜수.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진상보다는 진국의 캐릭터가 부표로 떠오른다. 사실, 그동안 김혜수가 다수의 작품들에서 맡아왔던 캐릭터들은 그다지 입체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를 떠올릴 때면 고정된 이미지가 연상됐다. 하지만 <굿바이 싱글>을 통해 그녀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김혜수는, 흥행의 맛 뿐만 아니라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한다. 작중에서 말한 '배역을 만드는 배우'를 실현한 셈이다.



진상녀가 아닌 진국녀가 되기까지 김혜수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겉보기에 우아하고 행복해 '보이는' 캐릭터에서 '완전히 망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김혜수(고주연)는 희로애락의 모든 면을 무리없이 표현해낸다. 필자가 영화를 두고, 이렇게 배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던 글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는 김혜수라는 배우의 역할(고주연)이 인상 깊었다. 결국 영화는, 철없던 국민진상 여배우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안하무인. 오로지 자신밖에 몰랐던 콧대 높은(하지만, 무식 또한 콧대를 찌르는) 여자, 주연. '잘 나가는 여배우'였지만 남자로부터 배신 당하는가 하면, 배역에서도 주연 자리를 맡지 못한다. 자신의 '외로운' 삶에 대해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 '진짜 자신의 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산부인과로 향한다. 아기(가족)를 갖고 싶어하지만, 불가능한 상태다. 그래서 그녀는 우연히 만난 중학생 소녀 '단지'와 위험한 계약을 진행한다. 그 계약 내용은 아기를 갖지 못하는 주연에게 단지가 자신의 아기를 주는 것이다.



대책 없이 시작된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역시나 다양한 굴곡이 찾아온다. 상황의 변화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주연과 단지의 마인드도 변해간다. 이 계획.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영화는, 주연의 성장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사회문제도 동시에 다룬다. 주연의 캐릭터는, 행복해보이지만 사실은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단지의 모습에서는 미혼모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시선, 이러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힘 없는 소녀가 겪어야 할 고충들을 보여준다. 더불어 단지는, 생활력도 강하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이루고자 하는 열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발휘할 만한 형편이 못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는 주연의 도움(?)으로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


<굿바이 싱글>. 제목만 놓고 보면, 한 여성이 남성(짝)을 찾아 싱글 탈출에 성공하는 로맨스로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보다 더 넓은 관계. '식구'의 개념에 집중한다. 영화는 궁극적으로, 중년임에도 결혼하지 못한 싱글녀, 아버지의 부재 상태에서 출산해야 했던 중학생 신분의 미혼모. 이 두 외로운 여성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나이와 생활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주연과 단지. 진정한 주연의 삶을 살아내지 못했던 고주연. 그가 행운의 꿀'단지'를 만나, 진정한 자기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과정을 담은 <굿바이 싱글>.


상업적 요소들 이상으로 보고 느낄 만한 요소들이 많았던 영화다. 소소한 웃음과 감동 코드를 두루 갖춘데다, 김혜수의 다양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담아내면서 개인과 사회의 문제들을 요목조목 다뤄낸 작품. 성장영화인 동시에 버디영화, 가족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장르색을 갖춘 '기대 이상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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