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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디어 한나>

소통을 통한 치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조셉'은 폭력으로 뒤덮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외면의 상처로 뒤덮인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자선가게에 숨어들게 되고, 그곳에서 '한나'를 만나게 된다. 평온한 인상의 박애주의자 한나는 애잔한 시선으로 조셉을 맞이하고, 그로 인해 조셉은 단절됐던 소통의 문을 열게 된다. 사실, 평온해'보이던' 한나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 또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편으로부터의 폭력과 그로 인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진짜 삶'은 조셉과의 소통 이전에는 그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 홀로 고통을 감내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중산층의, 꽤 괜찮아'보이던' 한나의 삶은 그야말로 거짓포장에 의해 무탈해보였던 것이다.

영화<디어 한나>는, 분노를 온 몸으로 표현하며 타인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던 조셉과, 타인에게 자신의 진짜 삶을 감추며 진짜 폭력을 속으로 감춰왔던 한나가 만나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부인과 개를 잃은 조셉에게 남은 건 분노 뿐이었고, 종교와 남편이 있지만 한나에게 남은 건 아픔 뿐이었다. 조셉의 표현(소통)법은 폭력이었고, 한나의 그것은 종교활동과 인내였다. 어쩌면 잘못됐던 이 둘의 표현방식이 대화와 포옹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한나의 진짜 삶은 조셉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녀 또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결말은 사실상 필자에겐 더욱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악하게만 보여지지는 않았다. 한나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으며, 조셉의 구원자이기도 했다.

두 남녀가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은 우정 이상의 사랑을 아우른다. 절제된 멜로드라마성이 감상의 미학을 높여준다. <디어 한나>가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한 버디영화를 너머 신(神)의 영역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기적인 충동이라는 한계, 언젠가는 터질 것 같은 사건으로 향하는 절제된 미스터리성 연출 등에 있다. 상징적인 메시지와 은유적인 코드들이 배우들의 눈빛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명확히 전달된다. 그들의 고통, 특히 한나의 고통이 감상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그녀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말 못할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속으로 곪아 터져버린 상처가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소통임을 재확인시켜주는 <디어 한나>는, 한나와 닮은 수많은 우리들에게 건네는 묘약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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